“아내한테 미안해 죽겠어요.”

대전 강정훈(26)은 요새 표정관리가 잘 안 된다. FA컵에서 잘나가고 있는 팀을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다가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인 정희영씨 얼굴을 떠올리면 이내 시름에 잠긴다.

그도 그럴 것이 강정훈은 지난 1일 결혼식을 올린 새 신랑이다. 결혼한 지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나 말 그대로 한창 깨소금이 쏟아질 때다. 그런데 FA컵에 출전하느라 신혼여행도 미뤘고 집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들어갔으니 예쁜 신부 앞에서 얼굴을 못 드는 것이다. 결혼 준비로 한창 바쁠 때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때문에 인도 원정을 다녀오느라 아내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게 만든 것도 영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아내는 서운한 내색 없이 항상 웃는 얼굴로 자신을 격려해주고 있다. 강정훈이 지난 8일 울산과의 8강전에서 상대선수의 발에 차여 발목이 퉁퉁 부어 돌아오자 아내는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얼음찜질을 해주었다. 아내의 지극한 정성 덕분에 부기가 가라앉아 다시 훈련할 수 있었다.

강정훈은 FA컵 우승으로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기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팀동료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아는지라 서로 격려하고 힘을 모으는 계기로 삼고 있다. 절친한 후배이자 룸메이트 이관우는 “요새 하체가 영 부실하다”며 놀리기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이런 강정훈의 속내를 잘 알고 있다. 한양중학교 때부터 대전 시티즌까지 줄곧 한솥밥을 먹어온 둘은 “FA컵 2연패를 반드시 해내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임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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