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아트홀에서 열린 Singing in the rain.
백현이의 첫 Musical의 마지막 공연.

약 한 달 전의 첫 공연을 지나 십여회의 공연을 지나온 백현이가 어떤 공연을 보여줄지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첫 공연의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왔지만 그다지 앞 좌석은 아닌데다가, 하필 앞에 두 분이 다 키가 크셔서 시야는 좋지 않았습니다. 
역시 오늘도 의자에 얌전히 기대어 볼 수 없고, 허리를 세운 채 요리조리 시야 방해를 피해가며 공연을 감상해야 했지요. 공연장은 반성하라! T_T

8시가 되자 역시 공연장 관람 예절을 읊어주는 백현이!

1부 (90분)

극이 시작되고 백현이의 대사가 나오자마자 우와아아~ 했습니다.
그렇게 오글거릴 수가 없던 첫 공연, 첫 대사의 기억을 저 뒤로 아직 굉장히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사같은' 대사라서 감탄했습니다.

진행되는 공연을 보면서 정말 백현이가 단숨에 성장한 게 너무나도 느껴져서 무척 감동받았습니다.
아무래도 1) 분야가 다른 '첫' 공연인데다가 2) 누가 봐도 땜빵으로 급히 투입된 Cast에 3) 그동안 공개된 것만으로도 숨막힐 정도의 Schedule, 4) 심지어 맡은 배역은 엄청난 대사와 넘버, 탭댄스와 발레까지 포함하는 고난이도의 춤을 소화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단지 십여 차례의 무대로 눈에 뜨일만한 성장을 보였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일이라고 봅니다.

특히 저는 대사 부분이 가장 놀라웠습니다.
첫 공연 때도 극을 진행하면서 오글거림은 많이 사라졌지만, 전체적으로 백현이가 여유가 없는 느낌, 즉, 본인이 외운 본인의 대사를 맞는 타이밍에 제대로 뱉어내는 데에 집중을 하는 느낌이었다면 마지막 공연에서는 '내가 말한다'가 아니라 '너와 대화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훨씬 말하듯 자연스러웠고, 혼자가 아니라 상대 배우와 주고 받는 듯 하였습니다. 외운 걸 틀리면 안 돼~, 이걸 말해야지~ 하면서 긴장한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서 말하듯이 나오는 게 완전히 대사가 몸에 익은 백현이! 
다다다다 했던 첫 공연에 비해서 완연히 대사 칠 때 호흡 조절도 되니 대사 전달도 훨씬 잘 되어 '돈 락우드를 연기하고 있는 백현이'가 아니라 '백현이의 돈 락우드'로 보였습니다. 
아, 이제 이 아이는 공연을 하는구나.... 싶어서 정말 왈칵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물론 원래 잘 했던 상대 대사 따라하면서 깐족거리는 복사기 대사는 역시 최고! bbb 

그리고 무대를 여러 번 하다보니 '실수'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많이 늘었습니다.
첫 공연 때는 대사 틀리면 수정해야 된다는 생각에 그 부분을 다시 한 번 제대로 고쳐 말하는 등 실수가 실수로 보여질 수 밖에 없는 대처를 선보였다면, 상대 배우의 애드립에도 같이 애드립을 친다거나 돌발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뻔뻔하게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객석의 호응에 따라서 호흡 조절하여 타이밍을 재다가 대사를 치는 등 극을 현장 상황에 따라 미숙하게나마 끌고 가려고 하는 게 보여서 엄청 뿌듯했습니다.

물론 춤과 노래도 쑥쑥!
노래야 원래도 못하는 아이는 아닙니다만, Musical은 아무래도 가수로 무대에 서는 것과는 다른 발성을 요구하다보니 아쉬운 감이 있었는데 그게 사라졌습니다! 세상에.
버릇은 고치기 힘든 법이라 사실 가장 바뀌는 것을 기대하지 않은 부분인 것이 이 노래인데, 정말 이 짧은 기간 동안 확 바뀌었습니다. T_T
첫 공연 후기에서 밀리는 느낌이라고 아쉬워했었는데 이제 그렇지 않습니다. T_T
힘이 붙어서 성량이 확 커지고, 여러 번 공연을 하면서 익숙해지니까 안 밀립니다. T_T
정말 이건 백 번 울어도 모자랄 정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넘버도 그렇고 다같이 부를 때도 그렇고 이제 좀 주인공다워서 마음이 확 놓이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굳이 공연을 여러 번 보지 않았더라도 중간에 틀어주는 영상 속 노래하고만 비교해봐도 정말 다릅니다! 달라요~

춤도 첫 공연 때부터 안무, 동선은 다 외웠지만 여유가 좀 없었다면 이제 몸에 익었는지 신나게 추더라구요.
언뜻언뜻 어느 순간에는 다른 배우분들보다 잘하는 것도 느껴져서 정말 눙물......
발레 기반의 춤들은 그렇다고 여자같진 않은데 너무 선이 고와서 같이 추는 여자 분보다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여자 분 Lift는 여전히 버거워보였.... 힘없는 백현이(...)


동네 사람들아, 보이시나요! 이렇게 귀엽고 귀엽고 귀여운데 실력도 쑥쑥 성장한 저 아이가 바로 우리 백현이에요!!!!!! 라고 동네방네 사방팔방 외치고 돌아다니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

마지막 공연의 Cast는 지난 번과는 리나와 코스모가 다른 분이었습니다.
이 코스모보다는 저는 개인적으로 육 코스모가 더 좋았습니다. 뭔가 백현이랑 합이 더 잘 맞는다고 해야할까요~

리나 분은 키가 크신 분이라서 무대에서 보면 내내 백현이보다 키가 크셨는데, 그래서 키 가지고 드립이 좀 있었습니다.
(다른 남자 배우들이나 캐시 분은 다행히 그렇게 키가 크지 않으셨는데 유독 이 리나 분이 크시더라구요. 하핫)
"당신과 나 사이에 아무 것도 없는 거 당신도 잘 알잖아, 뭐 있다면.... 같은 키 뿐" 하면서 슥 발뒤꿈치를 드는데 귀여워서 끙끙 앓았습니다. 객석에서도 귀여워서 박수가!
리나 역 배우분이 매우 유머 감각이 있으신 분이어서 그에 맞춰서 무릎을 굽혀 키를 작게 해주시며 "나 너한테 중독됐어." 하시는 바람에 정말 완전 환호+박수가 터졌지요. =]
배우들도 현실 웃음이 터지는 게 보였습니다. 하핫.
점점 애드립들이 늘어가면서 코스모 분이랑도 중독 드럼춤을 연상시키는 춤도 있었고, 'EXO'를 소재로 한 애드립이 좀 있었습니다. =]

우리 백현이가 맞은 돈 락우드는 사실 원래 캐릭터 상 나이도 좀 있고, 연예계에서 좀 구른 능글맞음에 멋짐이 버무려진 설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백현이가 연기하면서 한없이 귀엽고 귀여운 큥우드가 되었습니다. 리나 분도 그렇고, 다른 남자 배우분도 극 중간에 락우드 등장 씬에 애드립으로 "귀엽다"라고 해주실 정도로 그 귀여운 캐릭터로 상대 배우들에게 듬뿍듬뿍 귀여움 받는 게 보여져서 좋았습니다. 

첫 공연 때는 배역에 비해 백현이가 너무 어리고 귀여워서 역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 는 평을 내렸는데, 마지막 공연을 보니 이제 배역을 잘 소화해내어 '귀여운 락우드'구나-고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정말 진정한 성장!

손뽀뽀 날릴 때도 "쪽" 소리가 나거나, 표정도 정말 등지는 장면까지 세세하게 열심히 연기하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쓰담쓰담 해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진지하게 임하고 성실히 열심히 하니까 쑥쑥 느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1부 마지막 넘버, Singing in the rain.
첫 공연 때는 혼자서 메우기에는 아직은 부족하구나- 싶었는데 이제 전혀 그런 것 없었습니다! 혼자서도 꽉꽉 빈틈없이 잘 메우고 이끌었습니다. T_T
하지막 방수 처리된 바닥이라 미끄러운 탓에 앞에서 물을 차는 큰 동작을 하다가 그만 정말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너무 심하게 넘어져서 모자까지 벗겨질 정도였기에 순간 다쳤을까봐 깜짝 놀랐는데, 정말 빛의 속도로 일어나는 (EXO의 빛) 백현이.
당황이야 했겠지만, 이어서 잘 넘긴 데다가 객석에서도 빠르게 격려의 환호+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공연이라 그런지 객석 분위기도 좋아서 첫 공연 때는 보통 박수가 나와야 할 부분에도 조용하고, 반응이 한 박자 늦고 그랬는데 반응도 좋고 솔직하게 '백현이'를 응원하는 것을 적당히 드러내기도 해서 굉장히 즐겁게 1부 관람을 마쳤습니다.
확실히 2층보다는 뒤라도 1층에서는 표정이 어느 정도 더 잘 보여서 매우 좋았습니다.

Intermission (20분)

정말 눈에 띄게 성장한 백현이 + 귀염귀염귀염귀염한 모습에 가슴이 너무 벅차서 소리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변에 가족이 온 경우도 많은데 부모님들도 흐뭇하게 관람하셔서 저도 흐뭇했습니다. 백현아, 잘했어!!!!

2부 (50분)

2부도 역시 귀요미에 끙끙 앓다가 실력에 감탄하다가의 반복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이뻐라 하는 아이에게 콩깍지를 한 백만겹 쌓고 보는 사람인데 예쁜 애가 잘하기까지 하니 아주 그냥 우쭈쭈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습니다. 하하.

그리고 지난 번 장내를 한숨 내지는 숨 들이키는 소리로 가득차게 했던 "그럼 이 세상에서 신경써야 할 팬은 당신 하나뿐이겠네."는 생각보다 덤덤히 넘어갔습니다.
장내가 좀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긴 했지만, 반응해야 할 부분도 아니고.... 
이미 대사를 알고 들어서인지, 아니면 시간이 그만큼 더 흘러서인지, 그때보다 백현이가 아닌 '큥우드'로 보여서인지 무디게 지나가지더라구요.

리나 분이 'EXO'의 백현이인 것을 굉장히 활용을 잘 하셔서, 때릴 때 좀 세게 때리는 것처럼 소리를 내면 다들 아플까봐 우쭈쭈 엄마 분위기로 앓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애드립으로 '으르렁'을 두 번이나 하시는 바람에 객석의 환호로 극이 잠시 끊기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이 환호가 잦아들기를 기다려야 했지요.
그렇게 'EXO'를 활용해주시는 것에 객석도 잠시는 'EXO의 Fan' 정체성을 적당히 드러내서 재미있었습니다. 숨겨진다고 모를 리 없겠습니다만, 다들 꽁꽁 숨기던 것들은 배우분이 '괜찮아, 알고 있어'라고 해주면 '와, 진짜요?'하면서 드러내는 느낌이라 귀엽기도 했지요.

대망의 정말 정말 마지막 넘버.
도망가는 캐시 샐든을 잡고 다독이며 사랑을 확인하는 Ending 곡에서 백현이가 첫 소절을 제대로 부르지 못했습니다.
가까운 자리가 아닌지라 처음에는 음을 놓쳤나- 싶었는데 앞부분부터 파도처럼 격려의 박수가 밀려오고, 자세히 보니 애가 부들부들 떨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노래를 부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부르는데 목소리는 다 떨리는데다가 정말 울먹임이라서 정말 기분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극을 이어나가야한다는 사명감에 그렇게 우는 와중에도 노래를 하려고 필사적인 그 모습이 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울었는지야 제가 백현이가 아닌 이상에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은 그 순간만큼은 저도 정말 복잡다단한 마음으로 그냥 극이고 뭐고 온전히 백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쭈빗쭈빗 낯가림도 심하고 대외적으로 보여지는만큼의 활달하기만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씩씩한 녀석이라 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어서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하고.... 내 새끼 울린 거 누구야, 다 나와! 이런 엄마같은 마음이 되어 버렸습니다.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 순간, 거기 그 자리에서 격려의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것 뿐이라 손바닥 아프게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백현아, 넌 정말 잘했어! 수고했다! 의 마음을 한껏 담아서.
그래서 결국 그 넘버는 캐시 역의 배우분이 백현이 어깨를 다독이는 정말 다시 없을 Ending이 되었습니다.
울면서 보내는 이마키스로 그렇게 큥우드는 안녕~

Curtain call

Curtain call에서는 리나 역의 배우분이 환호를 많이 받았습니다. 차우차우며, EXO를 활용한 드립이며, 키(...)까지 정말 발군의 유머를 보여주신 분!

마지막에 등장한 백현이는 여전히 눈물은 그렁그렁했지만 신나게 무대를 누볐습니다. 

마지막이라고 배려하여 무대에 백현이만 남겨두고 다들 퇴장하셨는데 애는 아무 말도 못했고, 진짜 마지막으로 다시 등장한 코스모와 캐시 분은 물총으로 신나게 백현이를 공격! 쫄보가 되어 도망다니다가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 여운으로 정말 연주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다시 백현이가 등장할 것만 같아서....




이제 끝난 Musical.
사실 저는 Idol이 Musical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 오빠(...)가 나오면 얇아지는 내 지갑, 내 시간도 괴롭고, 분명히 못한다고 싫은 소리들이 나올 것도 싫고, (사실이지만) Ticket 팔기 용이라고 조롱당하는 것도 싫고, Fan들 관람태도가 어쩌니 하면서 욕먹는 것도 싫고 죄다 싫습니다! 
이번 백현이의 경우에도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인지라 엄청난 Schedule로 힘든 게 보이는데다가, 중간에 그 사태로 조롱은 조롱대로 실컷 당하고, 악의짙은 실력 폄하에 온갖 싫어하는 그 모든 것들이 폭풍처럼 몰려온데다가 심지어 극이 재미도 없었지만! 그래도 이 하나의 극을 통해서 백현이가 얻은 것들이 많아서 그거 하나는 매우 좋습니다.

기존에 다른 Idol도 공연을 통해서 얻어낸 것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확 눈에 뜨이게 얻어내준 백현이가 정말 고맙습니다.
물론 그것이 단순히 공연을 하기만 한다고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더욱 그렇습니다.
목소리에 힘이 붙고, 무대를 이끄는 것을 배우고, 심지어 Concert보다 더 긴 시간을 라이브로 진행하며 얻는 그 상황대처능력까지.
본인이 애쓰고 노력해서 그걸 눈에 보이게 얻어낸 것에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첫 공연을 보고 Musical이 너무 재미없어서 그냥 마지막 공연만 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느꼈는데 그건 너무 사치스런 생각이었어요. T^T
오빠 얼굴만 보인다면, 특히 이렇게 주인공이 많이 나오는 극이라면 극의 재미 따위는 제 만족도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으항항.

첫 공연에서 이런 저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잘했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총평에서 이제 잡다한 수식어들을 뗄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마지막 공연의 돈 큥우드는 좋았습니다. 괜촤는데 이거? ......
지난 번 후기 쓸 때와는 너무 다르게 이번에는 우리 애가 이렇게 잘했어요, 아유, 예뻐, 귀여워!만 백 번 쓰는 듯 하네요. 
이런 게 Fan으로 가장 기쁜 순간인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그 매력을 정말 마구마구 뿌려줄 때!

백현이의 해석, 본인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제법 공연을 하던 변백현. 
백현아, 정말 수고했고 고마워!

반짝반짝 빛나는 그대 나의 밝은 별, 나의 행운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