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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규가 만난사람>대전시티즌 최윤겸 감독
"재미있는 축구, 팬을 생각하는 축구를 하렵니다"
최윤겸 대전시티즌 감독(41)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취재가 매우 곤란할 때가 있다. 요컨대 연패를 하고 있는 감독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가족에게 심경을 묻는 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요즘 최감독은 그렇지 않다. 만나보고 싶고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다. 지난 해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팀을 리그 2위에 올렸고 홈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는 대전 구단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전시티즌 최윤겸 감독.
"인사 많이 받지요. 전에는 제가 대전 출신인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악수도 청하고 고생한다고 격려도 하고 그래요. 허허허"
최감독은 "자신이 너무 스타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겸양의 말로 말문을 열었다. 하긴 요즘 최감독 만큼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사람도 드물다. 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에서도 야단들이다. 그의 행보를 '사람이 개를 문'것 쯤으로 언론이 보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꼴찌에서 2등까지 올라갔으니 좋은 취재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스포츠 신문에서는 최윤겸 감독의 활약상을 잇달아 소개하면서 대전시티즌의 돌풍을 최대 이변으로 보도했다. 지난 5월 23일 한국일보는 '대전 돌풍 K리그 1R 최고 화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 시즌 단 1승에 불과했던 대전의 돌풍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최윤겸 감독의 부임과 김종현의 영입 외에 특별한 전력 상승 요인이 없었음에도 3연승 및 7경기 연속 무패, 홈 5연승 등 팀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극찬이다. 지난 달 30일 최감독을 만난 날에도 혼자가 아니었다. 대전시정홍보지 김순조 기자가 동석했다. 대전시 홍보를 위해 이 만한 호재가 있을 리가 없다. 시정 홍보지에서 최감독 얼굴만 봐도 시민들은 '엔돌핀'이 나올 법 하다.
언론의 격찬 받는 젊은 감독
김기자는 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를 한 후배다. 깔끔한 글 솜씨와 군더더기 없는 취재 등으로 직장 내에서 촉망받던 기자였다. 대전매일로 한차례 이직을 한 끝에 정착한 곳이 대전시정지였다. 어쨌든 인터뷰는 '공동'의 형식을 띄었다. 김기자는 섬세한 부분을 묻는 등 여자로서의 감각을 내세워 관심 있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궁금한 건 진부한 질문이지만 꼴찌를 2등으로 변신시킨 노 하우였다.
최감독은 선수들 잠재력에서 해답을 찾았다.

"선수들 잠재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동안 표출이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선수들도 팀을 둘러싼 환경이 열악하다는 건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열심히해서 뭘 이뤄놓은 다음에 대가를 바라는 게 프로입니다. 결국 '내 탓'을 해야지 '남 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감독의 생각은 어쩌면 꼭지점과 같다. 그 곳에서는 조금만 각(角)이 벌어져도 선수들에 전달되는 각도는 엄청나게 커져 버린다. 감독이 남 탓을 하면서 팀을 이끌면 선수들은 2배, 3배 남 탓을 하게된다. 자기 탓을 못하면 반성이 없고 결국 그 조직은 발전과 성장이 있을 수 없는 죽은 팀이 되어버린다. 이런 자세가 바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요체였다. 최 감독의 생각에 십분 공감이 갔다.
"현재 프로구단 12개 팀 수준은 백지 한 장 차이라고 봐야 합니다. 준비과정, 즉 연습을 어느 팀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느냐의 문제와 어떤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시합에서 100% 쏟아내느냐가 중요하죠. 훈련과정에서 이 부분을 강조합니다. 선수들에게도 부족한 저를 따르고 이해하도록 단합된 조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대전시티즌의 객관적인 전력은 하위권이다. 아무리 재목을 다듬으려고 해도 태생이 못난 나무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걸 극복하고 뛰어넘는 게 감독의 재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조직을 유기적으로 잘 묶어서 극대화시키는가 하는 문제다.
"지도자는 아무리 훌륭한 선수가 오더라도 부족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걸 채우는 건 이해하는 일이죠. 감독이 선수를 이해하고 역으로 선수들 또한 감독을 이해하면 됩니다. 오늘 아침에도 얘기를 했죠. 훈련은 고되고 힘들지만 베스트를 다하라. 그리고 몸 컨디션이 100%일 때만 그라운드 안에 들어와서 훈련을 하라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 부상의 우려도 있고 더 나쁜 건 다른 선수의 훈련에도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이것은 스타선수라고 해도, 고참 선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부족함을 채우는 게 감독이 할 일"

오히려 스타와 고참 선수에 대한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하는 게 최감독 스타일이다. 철저하게 훈련과정을 통해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연습은 승패를 떠나 문제점 파악에다 비중을 두는 것도 새로운 지도 방법이다. 과거 일부 감독들은 연습 게임에서 지게되면 사정없이 체벌을 가했던 것도 최감독에게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버려야 할 메모였다. 그 때 그게 싫었다. 지금 싫었던 과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는 셈이다.
약간은 우문(愚問)일 것 같다. 지금 시점에 팀 분위기를 묻는 것은...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게임에 이겼다는 건 어쩌면 드러난 결과에 불과할 수가 있다. 사실 어떤 사람이든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인내와 땀, 그리고 격정이 숨어있다. 시티즌의 승리 뒤에는 팀 분위기를 다 잡는 감독의 용병술이 자리하고 있을 게 아닌가.
"일단은 좋습니다. 생활은 자유롭게 합니다. 대신 프로선수로서, 공인으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죠. 팬들과 식사를 함께 한다든가 대인관계를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하는 등 제약은 최소한 가하려고 합니다. 다만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건 단 한가지입니다. 하루에 축구에 대한 생각을 30분만하라는 것이죠. 일종의 마인드 트레이닝이죠.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경기에서 실수한 장면을 되새기다 보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제대로 하게 되죠."
"선수들은 어떻습니까."
이것도 애매 모호한 질문이다. 어떻게 대답이 나올까 하는 쪽에 무게를 둔 물음이었다. 다행히 스타급 선수들의 행적에 대한 답이 나왔다.
"스타급 선수를 많이 봤지만 대전 선수는 너무 착합니다. 자기네가 몸 관리를 하고 개인 훈련을 아주 성실하게 합니다. 은중이가 부상 때문에 4경기를 쉬고 투입되었을 때 기량의 60% 밖에 발휘하지 못한 때가 있었습니다. 경기 다음 날 개인 훈련을 그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어요. 자기 컨트롤이죠. 그게 프로선수가 아닌가요. 자기가 부족한 건 스스로 채우는 게 프로죠. 관우나 은중이 다 그렇죠. 감독 기분 맞춰주느라고 그런지 이들은 '다른 국내 팀에는 가고싶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과거 구단이 가난했기 때문에 끈끈한 가족애가 시티즌 선수들 사이에 생겨난 것이죠."
"지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

시즌 2위 성적은 예상 밖의 결과다. 목표야 항상 최상이지만 현실적인 기대치는 6-7위권이었다. 너무 주변의 기대도 크고 이제 몇 번 이기니까 지는 것을 팬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냉철하게 분석하면 실력 이상의 성적일 수가 있다. 그것도 걱정이다.
언제 곤두박질 칠지 모르는 게 프로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나가던 기아 팀이 10대1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게임이 뒤집히자 그 다음부터는 연패로 이어졌다. 그런 상황이 시티즌에 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얇은 선수층과 14일부터 치러지는 9차전은 차, 포를 매게임 하나씩 떼야할 형편이다. 경고 누적 때문이다.
"연패에 빠지더라도 더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다만 선수들과 함께 이끌어 가면서 패할 때에도 상대에 압도당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면서 팬들의 관심을 불러오겠습니다. 솔직히 감독 입장에서 2연패는 있을 수도 있지만 3-4연패는 있어서는 안됩니다. 충분히 끊을 실력도 있고요."
최감독의 홈 전략은 철저한 승리다. 주전급 선수가 어웨이 경기에서 경고로 홈 경기에 뛸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면 아예 데리고 가지를 않는다. 홈 경기를 위해서다. 홈 팬들은 이기는 경기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데 지면 관중도 줄어들고 축구에 대한 흥미도 없어진다.
최 감독은 부천 감독시절 느닷없이 해임을 당했다. 외국 감독 영입을 위해 국내 감독이 길을 비켜준 셈이다. 거기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을 만큼 그 과정이 파격이었다. 흔히 말하는 감정도 있을 법했다. 그도 사람인지라...
"대전이 21경기 연속 무승 기록을 부천을 통해 깼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도 들 때가 있지만 부천 선수들이나 숙소에 관련된 모든 분들이 걱정이 되고 염려스럽지요. 연패에 빠져 안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17년 동안 몸을 담아서 그런지 악한 감정보다는 고마운 감정이 더 많습니다. 다른 팀과 부천이 시합을 하면 부천 응원을 하죠."
니폼니시 감독에게서 축구 배워

전 부천 니폼니시감독은 최 감독의 스승이다.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지도자로, 인간적인 면으로 국내 감독에게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을 받았다.
"국내 감독들이 무능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저에게 지도자로서 생각을 바꿔준 분이 바로 그 분입니다. 선수관리, 경기 스타일, 자유스런 훈련 방법 등을 그분에게서 배운 것이죠. 이길 때는 선수를 칭찬하고 지면 자기 탓을 하는 모습은 처음에는 생소했지요. 국내 지도자들은 곧잘 지면 선수 이름을 얘기하면서 누구의 잘못이었다는 등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방법과는 사뭇 다르죠. 진 경기를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저한테는 새로운 것들이었습니다. 옛날 수첩을 보면서 니폼니시 감독이 말한 문구라던가 이런 것을 많이 읽고 배우게 되죠. 지금은 중국팀을 맞고 있는 데 가끔 통역을 통해 안부를 묻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날 비가 온 탓으로 훈련은 충무체육관 다목적 체육관에서 이뤄졌다. 5명이 둘러싸고 2명이 안쪽에서 공을 빼앗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5명이 패스를 하면서 한번 텃치를 한 후 바로 패스로 연결했다. 그게 좁은 공간에서 탄탄한 패싱 워크를 갖출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다. 동행한 박문우 이사가 98%는 패싱 훈련이고 나머지는 좁은 지역에서 실전훈련을 한다고 귀띔을 했다.
"팀 컬러죠. 아직까지 국내 공격수들이 수비수를 압도할만한 개인기를 갖추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빠른 템포의 패싱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조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감독의 역할을 물어볼 만하다. 히딩크같은 카리스마와 철저한 준비로 선수를 감동시키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니폼니시같이 자기 희생적인 스타일도 있다.
"보조지요. 잔디 컨디션에서부터 선수 상태까지 세밀하게 관찰해서 잘 할 수 있도록 컨트롤을 하는 게 감독이 할 일이죠. 선수가 주연이면 감독은 당연히 조연이죠. 감독이 위에서 호령한다던가 무서운 존재가 되어서는 안되죠. 요즘에는 후보 선수들이 가끔 제방을 찾아옵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에 나갈 수 있느냐면서 상담을 하죠. 그럴 때 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경쟁에서 밀렸다.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충고를 합니다. 그리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 맞으면 너희들은 따라야 한다'며 많은 얘기를 합니다."

언로가 뚫린 게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
열린 언로(言路)였다. 상하간 의사 소통이 잘되고 동료간에 건전한 경쟁심이 생겨 그것이 성적으로 나타났다. 사실 언로는 핏줄과 같다. 그것이 막히면 조직은 바로 괴사해버리지만 뚫려 있어야 활력이 있다. 이른바 언로의 옹폐(壅蔽)라는 말이다. 최감독은 그걸 중요시하고 있었다. 지도력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언로를 뚫는 게 아닐까 싶다.
최 감독의 선수생활은 화려하지는 않다. 대학선발과 올림픽 상비군으로 뛰었지만 주전보다는 후보였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부천에 있을 때 4년 동안 2군을 맡았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생활을 하면서 2군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도 후보선수들의 얘기를 그래서 더 많이 들어주고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 유학 시절 짧은 기간이지만 정상적인 지도자 수업을 받아 시티즌을 이끄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미팅과 스케쥴 관리, 그리고 지시를 할 때는 반드시 선수들 눈을 보고 하는 것 등이 그곳에서 배운 지식이다.
축구 감독들은 시간이 나면 뭘 할까.
"게을러서 밖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축구 비디오를 보고 주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술은 소주 1병 주량이지만 과거에는 많이 마셨던 모양이다. 지금은 간수치가 높아서 벌써 5개월 재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부모님은 지금도 중촌동에 사시고 아내 이순영씨(40)는 두 아들과 함께 인천에 살고 있다.
"다른 축구선수들도 비슷하지만 아내한테 미안합니다. 여행도 못 가봤고 그래요"
겸연쩍은 듯이 손을 비비면서 말하는 모습이 못 할 말을 한 것처럼 보였다.
경주 최씨 종손의 장남인 최 감독에게 장인어른은 선뜻 딸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운동을 한다고 하니 반대가 완강했다. 1남 4녀 중 둘째만 빼고 모두 종가로 시집을 갔으니 막내 딸을 종손에게 주지 않겠다는 건 어쩌면 본능일 수도 있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이북 연평도가 고향이신데 대학교 때 운동한다고 하니 반대를 많이 했죠. 시티즌이 성적도 좋고 신문에도 자주 나니 좋으신가봐요."
최 감독은 잘 참지 못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했다. 일년에 한번 정도 굉장히 급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그것 때문에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굳이 고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아마 선수들이 감독의 고집을 인정하고 그것이 두려운 부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 부담스럽습니다. 지는 경기에도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더구나 구단에서 전적으로 저에게 모든 걸 맡겨 편하면서 한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전 팬들께서 더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약 1시간 동안 인터뷰를 끝내면서 최감독은 "여기서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햇다. 성적에 대한 욕심이자 부담으로 해석이 되었다. 이제 프로 축구는 과거 야구가 차지했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언제 또 뒤바뀔지 모른다. 다만 당분간은 대전시민과 함께 하는 축구팀이 될 것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김중규 기자
jkkim@dtnews24.com
* 이 기사는 디트뉴스의 기사입니다.
"재미있는 축구, 팬을 생각하는 축구를 하렵니다"
최윤겸 대전시티즌 감독(41)을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취재가 매우 곤란할 때가 있다. 요컨대 연패를 하고 있는 감독을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던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가족에게 심경을 묻는 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요즘 최감독은 그렇지 않다. 만나보고 싶고 만나면 즐거운 사람이다. 지난 해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팀을 리그 2위에 올렸고 홈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는 대전 구단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전시티즌 최윤겸 감독.
"인사 많이 받지요. 전에는 제가 대전 출신인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제는 악수도 청하고 고생한다고 격려도 하고 그래요. 허허허"
최감독은 "자신이 너무 스타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겸양의 말로 말문을 열었다. 하긴 요즘 최감독 만큼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 사람도 드물다. 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에서도 야단들이다. 그의 행보를 '사람이 개를 문'것 쯤으로 언론이 보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꼴찌에서 2등까지 올라갔으니 좋은 취재거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스포츠 신문에서는 최윤겸 감독의 활약상을 잇달아 소개하면서 대전시티즌의 돌풍을 최대 이변으로 보도했다. 지난 5월 23일 한국일보는 '대전 돌풍 K리그 1R 최고 화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 시즌 단 1승에 불과했던 대전의 돌풍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최윤겸 감독의 부임과 김종현의 영입 외에 특별한 전력 상승 요인이 없었음에도 3연승 및 7경기 연속 무패, 홈 5연승 등 팀의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극찬이다. 지난 달 30일 최감독을 만난 날에도 혼자가 아니었다. 대전시정홍보지 김순조 기자가 동석했다. 대전시 홍보를 위해 이 만한 호재가 있을 리가 없다. 시정 홍보지에서 최감독 얼굴만 봐도 시민들은 '엔돌핀'이 나올 법 하다.
언론의 격찬 받는 젊은 감독
김기자는 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를 한 후배다. 깔끔한 글 솜씨와 군더더기 없는 취재 등으로 직장 내에서 촉망받던 기자였다. 대전매일로 한차례 이직을 한 끝에 정착한 곳이 대전시정지였다. 어쨌든 인터뷰는 '공동'의 형식을 띄었다. 김기자는 섬세한 부분을 묻는 등 여자로서의 감각을 내세워 관심 있는 질문을 던졌다.
가장 궁금한 건 진부한 질문이지만 꼴찌를 2등으로 변신시킨 노 하우였다.
최감독은 선수들 잠재력에서 해답을 찾았다.

"선수들 잠재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동안 표출이 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선수들도 팀을 둘러싼 환경이 열악하다는 건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열심히해서 뭘 이뤄놓은 다음에 대가를 바라는 게 프로입니다. 결국 '내 탓'을 해야지 '남 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지요."
감독의 생각은 어쩌면 꼭지점과 같다. 그 곳에서는 조금만 각(角)이 벌어져도 선수들에 전달되는 각도는 엄청나게 커져 버린다. 감독이 남 탓을 하면서 팀을 이끌면 선수들은 2배, 3배 남 탓을 하게된다. 자기 탓을 못하면 반성이 없고 결국 그 조직은 발전과 성장이 있을 수 없는 죽은 팀이 되어버린다. 이런 자세가 바로 팀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요체였다. 최 감독의 생각에 십분 공감이 갔다.
"현재 프로구단 12개 팀 수준은 백지 한 장 차이라고 봐야 합니다. 준비과정, 즉 연습을 어느 팀이 완벽하게 소화해 내느냐의 문제와 어떤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시합에서 100% 쏟아내느냐가 중요하죠. 훈련과정에서 이 부분을 강조합니다. 선수들에게도 부족한 저를 따르고 이해하도록 단합된 조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대전시티즌의 객관적인 전력은 하위권이다. 아무리 재목을 다듬으려고 해도 태생이 못난 나무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걸 극복하고 뛰어넘는 게 감독의 재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조직을 유기적으로 잘 묶어서 극대화시키는가 하는 문제다.
"지도자는 아무리 훌륭한 선수가 오더라도 부족함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걸 채우는 건 이해하는 일이죠. 감독이 선수를 이해하고 역으로 선수들 또한 감독을 이해하면 됩니다. 오늘 아침에도 얘기를 했죠. 훈련은 고되고 힘들지만 베스트를 다하라. 그리고 몸 컨디션이 100%일 때만 그라운드 안에 들어와서 훈련을 하라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선 부상의 우려도 있고 더 나쁜 건 다른 선수의 훈련에도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이것은 스타선수라고 해도, 고참 선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부족함을 채우는 게 감독이 할 일"

오히려 스타와 고참 선수에 대한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하는 게 최감독 스타일이다. 철저하게 훈련과정을 통해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연습은 승패를 떠나 문제점 파악에다 비중을 두는 것도 새로운 지도 방법이다. 과거 일부 감독들은 연습 게임에서 지게되면 사정없이 체벌을 가했던 것도 최감독에게는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버려야 할 메모였다. 그 때 그게 싫었다. 지금 싫었던 과거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는 셈이다.
약간은 우문(愚問)일 것 같다. 지금 시점에 팀 분위기를 묻는 것은...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게임에 이겼다는 건 어쩌면 드러난 결과에 불과할 수가 있다. 사실 어떤 사람이든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인내와 땀, 그리고 격정이 숨어있다. 시티즌의 승리 뒤에는 팀 분위기를 다 잡는 감독의 용병술이 자리하고 있을 게 아닌가.
"일단은 좋습니다. 생활은 자유롭게 합니다. 대신 프로선수로서, 공인으로서 역할을 강조하고 있죠. 팬들과 식사를 함께 한다든가 대인관계를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하는 등 제약은 최소한 가하려고 합니다. 다만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건 단 한가지입니다. 하루에 축구에 대한 생각을 30분만하라는 것이죠. 일종의 마인드 트레이닝이죠. 그게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쉽지가 않습니다. 경기에서 실수한 장면을 되새기다 보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제대로 하게 되죠."
"선수들은 어떻습니까."
이것도 애매 모호한 질문이다. 어떻게 대답이 나올까 하는 쪽에 무게를 둔 물음이었다. 다행히 스타급 선수들의 행적에 대한 답이 나왔다.
"스타급 선수를 많이 봤지만 대전 선수는 너무 착합니다. 자기네가 몸 관리를 하고 개인 훈련을 아주 성실하게 합니다. 은중이가 부상 때문에 4경기를 쉬고 투입되었을 때 기량의 60% 밖에 발휘하지 못한 때가 있었습니다. 경기 다음 날 개인 훈련을 그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어요. 자기 컨트롤이죠. 그게 프로선수가 아닌가요. 자기가 부족한 건 스스로 채우는 게 프로죠. 관우나 은중이 다 그렇죠. 감독 기분 맞춰주느라고 그런지 이들은 '다른 국내 팀에는 가고싶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과거 구단이 가난했기 때문에 끈끈한 가족애가 시티즌 선수들 사이에 생겨난 것이죠."
"지더라도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

시즌 2위 성적은 예상 밖의 결과다. 목표야 항상 최상이지만 현실적인 기대치는 6-7위권이었다. 너무 주변의 기대도 크고 이제 몇 번 이기니까 지는 것을 팬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냉철하게 분석하면 실력 이상의 성적일 수가 있다. 그것도 걱정이다.
언제 곤두박질 칠지 모르는 게 프로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나가던 기아 팀이 10대1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게임이 뒤집히자 그 다음부터는 연패로 이어졌다. 그런 상황이 시티즌에 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얇은 선수층과 14일부터 치러지는 9차전은 차, 포를 매게임 하나씩 떼야할 형편이다. 경고 누적 때문이다.
"연패에 빠지더라도 더 격려하고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다만 선수들과 함께 이끌어 가면서 패할 때에도 상대에 압도당하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고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면서 팬들의 관심을 불러오겠습니다. 솔직히 감독 입장에서 2연패는 있을 수도 있지만 3-4연패는 있어서는 안됩니다. 충분히 끊을 실력도 있고요."
최감독의 홈 전략은 철저한 승리다. 주전급 선수가 어웨이 경기에서 경고로 홈 경기에 뛸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면 아예 데리고 가지를 않는다. 홈 경기를 위해서다. 홈 팬들은 이기는 경기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데 지면 관중도 줄어들고 축구에 대한 흥미도 없어진다.
최 감독은 부천 감독시절 느닷없이 해임을 당했다. 외국 감독 영입을 위해 국내 감독이 길을 비켜준 셈이다. 거기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을 만큼 그 과정이 파격이었다. 흔히 말하는 감정도 있을 법했다. 그도 사람인지라...
"대전이 21경기 연속 무승 기록을 부천을 통해 깼습니다. 사실 그런 생각도 들 때가 있지만 부천 선수들이나 숙소에 관련된 모든 분들이 걱정이 되고 염려스럽지요. 연패에 빠져 안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17년 동안 몸을 담아서 그런지 악한 감정보다는 고마운 감정이 더 많습니다. 다른 팀과 부천이 시합을 하면 부천 응원을 하죠."
니폼니시 감독에게서 축구 배워

전 부천 니폼니시감독은 최 감독의 스승이다.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지도자로, 인간적인 면으로 국내 감독에게서는 도저히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을 받았다.
"국내 감독들이 무능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저에게 지도자로서 생각을 바꿔준 분이 바로 그 분입니다. 선수관리, 경기 스타일, 자유스런 훈련 방법 등을 그분에게서 배운 것이죠. 이길 때는 선수를 칭찬하고 지면 자기 탓을 하는 모습은 처음에는 생소했지요. 국내 지도자들은 곧잘 지면 선수 이름을 얘기하면서 누구의 잘못이었다는 등의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방법과는 사뭇 다르죠. 진 경기를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은 저한테는 새로운 것들이었습니다. 옛날 수첩을 보면서 니폼니시 감독이 말한 문구라던가 이런 것을 많이 읽고 배우게 되죠. 지금은 중국팀을 맞고 있는 데 가끔 통역을 통해 안부를 묻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전날 비가 온 탓으로 훈련은 충무체육관 다목적 체육관에서 이뤄졌다. 5명이 둘러싸고 2명이 안쪽에서 공을 빼앗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5명이 패스를 하면서 한번 텃치를 한 후 바로 패스로 연결했다. 그게 좁은 공간에서 탄탄한 패싱 워크를 갖출 수 있는 바탕이 된 것 같다. 동행한 박문우 이사가 98%는 패싱 훈련이고 나머지는 좁은 지역에서 실전훈련을 한다고 귀띔을 했다.
"팀 컬러죠. 아직까지 국내 공격수들이 수비수를 압도할만한 개인기를 갖추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빠른 템포의 패싱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조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감독의 역할을 물어볼 만하다. 히딩크같은 카리스마와 철저한 준비로 선수를 감동시키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니폼니시같이 자기 희생적인 스타일도 있다.
"보조지요. 잔디 컨디션에서부터 선수 상태까지 세밀하게 관찰해서 잘 할 수 있도록 컨트롤을 하는 게 감독이 할 일이죠. 선수가 주연이면 감독은 당연히 조연이죠. 감독이 위에서 호령한다던가 무서운 존재가 되어서는 안되죠. 요즘에는 후보 선수들이 가끔 제방을 찾아옵니다. 어떻게 하면 게임에 나갈 수 있느냐면서 상담을 하죠. 그럴 때 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경쟁에서 밀렸다.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충고를 합니다. 그리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 맞으면 너희들은 따라야 한다'며 많은 얘기를 합니다."

언로가 뚫린 게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
열린 언로(言路)였다. 상하간 의사 소통이 잘되고 동료간에 건전한 경쟁심이 생겨 그것이 성적으로 나타났다. 사실 언로는 핏줄과 같다. 그것이 막히면 조직은 바로 괴사해버리지만 뚫려 있어야 활력이 있다. 이른바 언로의 옹폐(壅蔽)라는 말이다. 최감독은 그걸 중요시하고 있었다. 지도력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언로를 뚫는 게 아닐까 싶다.
최 감독의 선수생활은 화려하지는 않다. 대학선발과 올림픽 상비군으로 뛰었지만 주전보다는 후보였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부천에 있을 때 4년 동안 2군을 맡았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생활을 하면서 2군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도 후보선수들의 얘기를 그래서 더 많이 들어주고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를 하고 있다.
또, 네덜란드 유학 시절 짧은 기간이지만 정상적인 지도자 수업을 받아 시티즌을 이끄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미팅과 스케쥴 관리, 그리고 지시를 할 때는 반드시 선수들 눈을 보고 하는 것 등이 그곳에서 배운 지식이다.
축구 감독들은 시간이 나면 뭘 할까.
"게을러서 밖에 잘 나가지 않습니다. 축구 비디오를 보고 주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술은 소주 1병 주량이지만 과거에는 많이 마셨던 모양이다. 지금은 간수치가 높아서 벌써 5개월 재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부모님은 지금도 중촌동에 사시고 아내 이순영씨(40)는 두 아들과 함께 인천에 살고 있다.
"다른 축구선수들도 비슷하지만 아내한테 미안합니다. 여행도 못 가봤고 그래요"
겸연쩍은 듯이 손을 비비면서 말하는 모습이 못 할 말을 한 것처럼 보였다.
경주 최씨 종손의 장남인 최 감독에게 장인어른은 선뜻 딸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운동을 한다고 하니 반대가 완강했다. 1남 4녀 중 둘째만 빼고 모두 종가로 시집을 갔으니 막내 딸을 종손에게 주지 않겠다는 건 어쩌면 본능일 수도 있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이북 연평도가 고향이신데 대학교 때 운동한다고 하니 반대를 많이 했죠. 시티즌이 성적도 좋고 신문에도 자주 나니 좋으신가봐요."
최 감독은 잘 참지 못하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했다. 일년에 한번 정도 굉장히 급하게 행동할 때가 있다. 그것 때문에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굳이 고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아마 선수들이 감독의 고집을 인정하고 그것이 두려운 부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 부담스럽습니다. 지는 경기에도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더구나 구단에서 전적으로 저에게 모든 걸 맡겨 편하면서 한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전 팬들께서 더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약 1시간 동안 인터뷰를 끝내면서 최감독은 "여기서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햇다. 성적에 대한 욕심이자 부담으로 해석이 되었다. 이제 프로 축구는 과거 야구가 차지했던 자리를 대신했다. 하지만 언제 또 뒤바뀔지 모른다. 다만 당분간은 대전시민과 함께 하는 축구팀이 될 것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감독에 대한 믿음이었다.
약력 1962년 대전 출생,대전신흥초, 체육중 졸업, 충남 홍주고 졸업,86년 인천대, 88년 인천대학원 졸업, 85년 올림픽 국가대표, 86년 대학선발, 95년 부천SK코치, 2001년 부천SK감독, 2003년 대전시티즌 감독, (연락처) 011-736-4546, 042-252-2002(대전 시티즌 구단사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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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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