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나라 Record에서 있었던 M의 Sign회.


금요일부터 선착순 150명이었습니다.
대전에 있었던 게 아니고, 회사원이기 때문에 운에 맡기자~라고 생각하고 7시 조금 넘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나라 Record에 전화를 했더니 남아있던 마지막 한 장.
부랴부랴 달려가서 번호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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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회 당일.
10년을 넘게 좋아하면서도, Sign회는 처음인데다가 마지막 표를 극적으로 얻은지라 갈 생각만으로도 두근두근했습니다. 

공지대로 1시에 도착했으나, 한참 기다려서야 겨우 줄을 세웠습니다.
그리고서 또다시 세워두기만 하다보니 줄은 엉망.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조금 허술한 줄이 되었습니다.
다만, 느릿한 대전의 특성 탓인지 아수라장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똑바로 질서정연한 모습은 아니었지요.

어쨌든 2시에 예정된 Sign회는 예상대로(?) 30분쯤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살짝 이탈하여 찍어본 오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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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Fan 및 관계자분들로 가리고, Sign을 하느라 고개를 숙이는 일이 많아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제대로 모습이 보일 때는, 사진 촬영을 심하게 막았구요.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늘상 TV나 공연에서 보는 것처럼 '아, 민우다~'의 느낌이었으나 점점 번호가 가까워지면서 울렁증이 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았는데, 워낙에 한데서 제대로 된 관리도 없이 진행되는 꼴을 당하고 있자니 지친 탓도 있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손을 부들부들 떨었을지도? 하하.

어쨌든 드디어 제 차례.
남들은 한시라도 빨리가서 재잘재잘 얘기하느라 바쁜데, 앞사람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천천히 앞으로 가서 섰습니다.
CD는 진행요원이 이미 받아서 건네준 터라 저는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제가 받고 싶었던 Page는 남자를 믿지마- 가사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적어둔 Post-it이 그 옆 Page의 사진 위에 붙어있었는데, 진행요원이 미리 말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사진에 Sign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Post-it을 떼며 이름을 불러주더라구요.

"ZOE? Zoe네~"

슬쩍 쳐다보며 적당히 다정하게 읽은 후, 그걸 가사 Page에 붙이면서 Sign을 할 준비를 하더라구요.
여기에 하냐며 확인하는 눈치길래, 얼른 손으로 가사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여기에 해주세요."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Post-it을 떼어 사진 위에 붙이고 슥슥 Sign.
이름에 하트를 붙이는데 Page를 삐져나가서 조금 웃었습니다.

별로 할 말도 없었고 이미 지쳐서 가만히 내려다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긴 겁니다!
그래서 으쌰! 으쌰! 힘내고 싶은 마음에 슬쩍 "힘내라고 해주세요,"라고 하려고 "힘내..."까지 말했는데 동시에 민우 오라방이 옆에 서계시던 Staff 분께 농을 던지는 겁니다. T_T
김태희 닮은 어쩌구, 이상형이 어쩌구 하면서 뭔가 농을 던지면서 웃는데 무슨 소린지는 통 모르겠고- 말을 더 할 수도 없어서 좀 무안했습니다. 하필 같이 말을 해버릴 게 뭐랍니까. T_T

그러다가 워낙 애가 아무말도 없이, Sign하는 손만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챙겨줘야 되겠다 싶었는지, Sign을 다 마치고는 고개를 올려서 눈을 맞추는 겁니다!
눈이 마주치고 저는 무지 당황했는데, 살짝 다정하면서도 당당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씩 웃는 겁니다.

으아아, 속으로는 난리가 났었지만, 버릇대로 같이 씩 웃었더니 그걸 보고 다시 웃고 고개를 숙이더라구요.
진심으로 눈이 마주친 이후 1~2초간은 머리 속에서 팟-하고 퓨즈가 끊어진 듯한 상태였는데, 기계적으로 몸은 뭔가 반응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하하.
그리고 다 마친 Sign과 이름 중간에 뭔가를 적길래, Sign이 아직 안 끝난 줄 알았는데, 쓰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뭔가 Message 같더라구요.

거꾸로 보는데다가 똑바로 쓰는 것도 아니라서 뭔지 못 알아보겠다-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는데 어느새 다 쓰고 손을 떼는 오라방.
CD 가지고 나가야지~하는 생각을 하고 CD받을 태세를 하고 있는데 CD를 안 미는 겁니다.
왜 안주지- 이러면서 가져가려는 찰나, 불쑥 왼손을 내미는 오라방.

또 흠칫 놀라서 0.001초간 굳어있다가 '아, 악수 청하는 거구나-'하고 알아챘으나 오른손이 아니었던 지라 또 어벙벙하고, 겨우 왼손으로 악수를 했습니다.
그나마도 손을 잡다가 오라방 손이 따뜻하니까 또 흠칫해서 손가락만 잡고 흔들렸지요.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으항항.
느리적거리며 걸어와서 꾸뻑 인사하더니 Sign 여기다 해달라는 말만 하고는 얼굴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멀뚱히 서서 가만히 있다가 악수하자니까 머뭇거리다가 손가락만 잡고 가만히 있구.
거기다가 손가락 없는 거였지만 장갑도 끼고 있었거든요. 하하하.

근데 진짜로 당황해서 뭐야, 악수 왜 이렇게 길어- 으아아 이러고 있었습니다.
겨우 악수를 끝내고 CD를 밀어주며 눈을 맞추길래 또 무언으로 꾸벅 인사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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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면서 CD를 정리하는데 못 알아볼 거라 생각했던 글씨를 한 눈에 알아보겠더라구요.
역시 이런 것이 사랑의 힘? 하하하하.

P.S 안된다고 진행요원이 주의 주던데, 원래 다들 적어주는 건지, 아니면 워낙 애가 가만히 있으니까 그냥 적어준 건지 모르겠으나 적어준 한 마디.
듣고 싶었던 '힘내!'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눈도 맞춰주고 악수도 먼저 권해주고 (하고 싶었는데!!) 10년차 연륜의 노련한 진행에 10점 만점에 100점! >_<



공연장 아닌 곳에서는 이렇게 가까이에서는 처음 봤습니다.
게다가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인지라 바로 앞이어도 얼굴을 마주 볼 기회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내려다보고!

감상은 요약하자면,

1. "저 실제로 보면 눈 그렇게 안 작아요!"

이 말이 사실이었어요!
절대적으로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생각보다 눈이 컸습니다. *_*

2. 잘생기지 않아서 이상형이라고 한 거 죄송~

역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관리가 중요한가 봅니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서 확실히 이정도면 절대적인 미남이라고는 못해도 잘생겼다고 인정받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그 남자다운 얼굴선! >_<

3. 귀엽다!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남자인데 귀여운!
설명하기 어렵지만, 하여간 역시 제가 좋아라하는 그런 특징이 있는데, 그게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서 좋았습니다.
나름대로 이제 나이도 어리진 않고, 사실 TV에서 그래도 실제로 대면하면 아무래도 30살의 성인남성이니까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남자다우면서도 귀여워서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역시 퍼피봉~ >_<

4. 손 안 작아!

작은 손으로 유명한 민봉.
그러나 악수하느라 살짝 잡은 손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습니다.
제가 여자치고도 좀 손이 작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 손 작은 남자들 생각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커서 깜놀.
워낙 작게 예상했던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5. 선이 예쁘다!

제복 Style의 옷을 입었던 탓일까요.
얼굴 골격부터 해서 어깨부분까지, 상체의 선이 예뻤습니다.
앉아있었던 지라 전체는 모르겠지만, 어깨와 머리의 그 실루엣에 다시 한 번 반했습니다. 하하.



Sign회는 1시간 정도에 150명이었으니 대면한 것은 고작 30초 정도일텐데 이것저것 참 많이 생각했구나 싶습니다.
어쨌든 비록 힘내란 말은 못 들었지만 오라방 본 기운으로 힘내서 으쌰! 으쌰! 열심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