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황금같은 주말,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T_T
교복언니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이기 때문에 좀 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좀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9시 조금 전에 도착하니 아직 100명도 채 되지 않았더군요.
이름을 적고 기다리다가 10시에 매장에서 CD를 샀습니다. 핫트랙스에서 9000원이길래 같겠거니 했는데 8000원.
어쩐지 1000원을 번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제보단 조금 뒤였지만, 역시 생각보다 앞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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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표를 받고는, 어제와는 달리 친구와 함께였기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에서 놀기로 했습니다.
바로 자리를 잡고 종이와 Pen을 꺼내들고 도대체 5자를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에 대해서 심도깊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은 Sign회지만 특이하게 Sign이 미리 된 종이를 나눠주고, Member들에게 각각 다섯글자의 Comment를 받는 구성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아한다 하여도, 생면부지의 사람과 처음 만나서 할 얘기가 사실 그다지 없기 때문에 Sign회에서 주로 구경하는 편인지라 이 다섯글자의 선택은 심히 난감하였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써달래~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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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동안 고민한 흔적의 일부.
6시인 Sign회까지는 창창한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온갖 것들이 난무했지만, 결국 귀결되는 것은 휘몰이였습니다.
놀리고 싶어지는 휘찬이 덕에 개그본능은 극으로 치달았지만 결국 소심한 누나들이기에 그것들은 상상으로만.

결국 제가 정한 것들은 이것입니다.
다섯 글자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리오에겐 마지막 '요'자를 썼다 지웠습니다. 그냥 써놓을걸...
친절하게 띄워쓰기, 문장부호까지 표시해두었습니다.
휘찬이에겐 의미 전달을 위해 그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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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문구로 고민하고, 밥도 먹고, 피곤한 몸에 졸기도 하다가 드디어 Sign회 시간이 되었습니다.
미리 와서 기다리다가 6시가 되자 짠- 등장한 Battle.
어제와는 달리 야외에 작게나마 단상도 있고, 마이크도 있어서 인사하기도 수월했습니다.
마이크 있어서 좋다고 애들도 좋아하더라구요.
제 번호가 서있던 곳이 마침 Battle가 가까워서 좋았습니다. 어제는 대기 중엔 거의 볼 수 없었으니까.

역시나 재간둥이 태화가 말을 많이 하고, 돌아가면서 인사 및 소감을 말하는 아이들.
인기많은 리쓰는 인사를 하자마자 꺄악-하는 함성에 휩싸였구요.
류는 또 주절주절 리더류 모드.
태화는 리쓰의 함성을 질투하는 척하며 재치있게 함성 유도, 역시 말도 잘하고.
지운인 인사도 없이 말하다 갑자기 뚝.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었는대도 끝내서 지운이 답다-고 느꼈어요.
급하게 끝낸 지운이 형아한테 뭐야-라고 입모양으로 말한 태관이는 또 즐겁게 이야기를.

다섯 다 뽀송하고 예뻤습니다.
일찍 와서 봤더니 사람이 너무 없어서 걱정했다던 태화는 어제 어깨 아프다 그래서 걱정한 것과는 달리 오늘은 좀 나아보였습니다. 움직임이 좀 컸거든요.

200번까지의 번호 중 하나씩 번호를 추첨하여 각자의 걸개에 Sign하여 주는 행사가 있고 나서, Sign회 시작. 
그 전까지는 그래도 괜찮다가 역시나 울렁증이 도져 저를 괴롭혔습니다. 

오늘의 순서는 류-리오-태화-크리스-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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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되어 단상에 올라가서 Sign된 종이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Print일 거라고 생각해썼는데, 직접 Sign한 거라 깜짝 놀랐습니다.
얘들아, 일찍 왔다더니 와서 이거 하고 있었니.

다만, 종이가 얇고 구겨지기 쉬운 재질이라 집까지 가지고 오는데 애먹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금색에, 꼼꼼하게 언제 무슨 행사였는지까지 적혀있는 친절한 종이였습니다.

그나저나 너무나 간결한 휘찬이 Sign 덕에 '어라, 왜 4명만 했지?'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일렬로 4명이, 하나만 아래로 위치한 배치도 재미있어서 웃기도 했습니다. 친구 것도 보니까 배치가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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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은 승재!
오늘도 승재는 예쁘고. T_T

"안녕하세요."
"어우, 안녕하세요~"

임원이 제게 CD에 Comment를 받을 것인지, Sign된 종이에 받을 것인지 묻는 도중에 이미 앞사람이 떠나버린 승재는 저를 주시하고 있어서 서둘러 인사를 건냈더니, 너무나 반갑다는 듯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인기가요 후에 온 거라, Make-up이 뽀송뽀송!

CD에서 승재부분을 펼치며 받고 싶은 말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습니다.
제가 승재에게 받고 싶었던 "A형, 힘내자!".
같은 A형 왕소심 성격으로 엄마류가 공감될 때가 많아서 같이 좀 대범하게(?), 혹은 상처받지 말고 살자는 뜻에서 준비했습니다. 하하.

승재가 To.부터 적더라구요.
그래서 또다시 '누나'를 받겠다는 일념으로 이름 쓰는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사람이 간사한 게, 어제는 처음 보는 거라고 두근두근해서 깍듯이 예의를 차렸는데 한 번 봤다고, 좀 편하게 대할 수 있었나 봅니다. 승재가 워낙 편하게 대해주기도 하고. 무심결에 그만 말이 짧게 나와버렸습니다.

"누나!"
"어어!"

마침 제가 말했을 때, 승재는 ^.< 이 모양을 그린 후여서 '어이쿠, 죄송합니다!' 뉘앙스의 감탄사를 내뱉더니 누나를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부분에 적힌 것을 읽더니 쓸 준비를 하며 바로 말을 걸었습니다.

"A형. 맞아요. A형 힘내야, 힘내야 돼요."

※ 증거음성

갑자기 저 말을 듣자마자 A형만이 아는 A형의 설음(...)이 밀려와 제가 동조하며 갑자기 수다떠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맞아요! 하하"
"어우~"
"왕소심해서 힘들어요."
"어우, 저도 죽겠어요, 요새. 애들 때문에... 하하하하"

승재는 중간중간 추임새를 꼭 넣어주고, 성실하게 반응해서 어떤 말을 해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류의 고충이 서린 말을 들으며 웃는 사이 Ment를 굳게 눌러쓴 승재, CD를 저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인사하자 역시나 크게 화답해주는 승재.
하지만 옆을 보니 아직 전 사람이 지운이랑 아직 얘기 중인지라 승재와 이미 인사는 마쳤는데, 서로 멀뚱멀뚱 뻘쭘하게 쳐다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민망했는지 승재는 제 다섯글자가 적힌 쪽지를 다른 사람 것까지 찬찬히 읽어보더군요.
왠지 살짝 민망해지고 있었는데, 다행히 지운이 자리가 비었습니다. 살짝 눈인사와 함께 지운이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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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역시 지운이가 조금 대하기 어려워서 더욱 도지는 울렁증을 다잡고 애써 태연히 인사를 했습니다.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무섭게 만드는 눈으로 똑바로 쳐다보며 지운이도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비록 선그라스를 꼈지만, 그다지 색이 진하지 않아서 눈이 다 보였어요. 그래서 눈을 맞춰오는데 또 리오 무서움증이 밀려왔습니다.

인사 후에, 종이를 보는 듯 하더니 요녀석, 바로 절 한마디로 감동시켰습니다!

"어제 오셨던 분이죠?"
"네?"
"어제 오셨던 분이죠?"
"아, 네..."

으아! 기억하고 있어! 어제 피곤에 지지 않고 폐인 꼴로 가지 않아서 다행이야!
등등등 온갖 생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습니다. T_T
무섭던 지운이가 갑자기 안 무서워보이고. 하하하.

지운이가 워낙 작고 낮게 웅얼거리듯 얘기해서 한 번에 못 알아들었습니다.
결국 오늘도 확 숙여서 귓속말 신공을.
그래도 오늘은 선그라스 때문에 눈빛이 좀 가려져서 덜 무서웠어요.

어제와는 달리 To.를 먼저 쓰더라구요.
이름을 다 썼길래 서둘러 얘기했습니다.

"누나라고 써주세요."
"네?"
"누나라고 써주세요."
"네."

여전히 안 편하고, 어려운 상대 지운이. 
승재와는 달리 끝까지 제대로 말했습니다. 
지운이도 웅얼거리고 낮은 목소리고 저도 작은 목소리라 서로 한 번에 못 알아듣고. T_T
어쨌든 어제의 3번 되묻기에 이어 오늘은 1번만 되묻고 제대로 '누나'라고 써주더라구요.

"어제도 잘 못 알아들으시더니..."
"아..."

'지운이가 어제를 기억하고 있어!'와 어제 지운이의 무섭던 3연속 되묻기의 기억이 강렬해서 한 번에 알아들은 게 너무 반가웠던 저는 저런 쓸데없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저 말로 인해 지운이는 자기가 잘못 썼다고 생각했는지 어제처럼 승재 Page를 뒤적여 누나가 맞는지 확인해보더라구요.
하지만 어제도 그렇지만, 승재 글씨 한 번에 알아보는 게 더 신기하다, 지운아.

그렇게 확인 후에는 다섯 글자 쓰기.
제가 지운이에게 받고 싶었던 것은, "잘하고 있어요."
하지만 다섯 칸과 검사한다는 말을 믿은 순진함(?) 덕에 종이에는 '요'를 지우고, '잘하고 있어'까지만 써 놓았습니다.

많이 좋아하는 지운이니까, 진지하게, 요즘 누군가가 진심으로 해줬으면 하는 말을 골랐습니다.
격려받고 싶은 마음에 받는 건데, 지운이가 동생이니까 존대말로 받고 싶어서 열심히 쓰는 와중에 부탁을 했습니다.

"요-라고 써주시면 안돼요?"
"아, 네."

지운이가 왠일로 한 번에 알아듣고 대답을 해주더군요.
'그냥 짧은 부탁인데, 뭘 그게 어렵다고. 당연히 해드릴게요.'라는 느낌으로 답해줘서 기뻤습니다.....만!

그냥 "잘하고있어!"로 끝내는 지운이. T_T
에에! 써준다며!!!!!!!!!라고 혼돈에 빠져드는 저를 앞에 두고 지운이는 아래줄에 '-리오-'라고 쓰더라구요.
흑, 어쩐지 한 번에 알아듣는다 했더니 리오라고 써달라고 알아들은 거였습니다. T_T

무섭다는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제대로 못받았다는 생각에 그만 소심한 제가 제정신이었다면 꺼낼 수 없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아, 그거 아니었는데..."

CD를 주던 지운이는 순간 굳어버리고, 저도 내뱉고는 으앗, 괜히 말했어!라고 굳어버리고.
지운이가 좀 당황해서는 어쩌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고민하길래 그냥 "감사합니다."하고는 받아왔습니다.

힝. 사실 앞번호에 다른 Memeber들한테 안아달란 애들이 있었는데 아직 지운이는 없길래 지운이한테 안아달랠까, 그거 좀 부끄러우니까 악수해달랠까- 라고 생각하고 있던게 본의아닌 힐난(...)으로 공황상태에 빠져 그저 인사하고 끝냈습니다. T_T
악수는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잘못 썼다고 하니까 미안해하고, 수정해달라고 하면 수정해줄 기세로 멈춰있던 지운이는 귀여웠습니다.
또 언제 소심한 제가 지운이를 당황시켜 보겠어요. 당황한 표정을 본 것으로 위안 삼기로 했습니다.

지운아, 미안.
담부턴 크게, 똑똑히 들리도록 말할게. T_T
우리 서로 반문하다 시간 다 간다. 으항항.
그 가수에 그 Fan인 건가.

뒷 번호 쪽으로 3~4살 정도로 추정되는 꼬마아이를 데리고 온 분이 있었는데, 지운이가 그 아이를 잠시 안고 있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굉장히 좋아해서, 아이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하고, 거기다가 남자가 애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되게 좋아하는데 지운이가 그래서 또 반하고야 말았습니다. 하하.
꼬마 아이도 지운이 목에 손 두르고 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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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남동생 삼고 싶은 태화!
어제보다 좀더 까불까불한 느낌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썬그리.
하지만 제가 좀 더 예뻐라하는 Rapper 둘이 앞에서 혼을 빼놓아서 넋이 나간 상태로 도착했지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해주는 태화에게 인사를 하고 멍하니 Ment를 쓰는 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태화에게 받고 싶었던 것은 "누나, 또 뵈요."
남동생 삼고 싶은 태화니까 '누나'라는 말이 들어가는 Ment를 받고 싶었거든요.

근데 요 녀석 이쁘게 또, 누나 또 다음에 느낌표를 꽝!
어제처럼 무의식 중에 '알아서 척척 하고, 역시 태화 너 이쁘다!'라고 할 뻔 했으나 다행히 오늘은 입 밖으로 튀어나가진 않았습니다.  왜 이리 태화에겐 무장해제 당하게 되는지.
정신을 가다듬고, "아!"라고 느낌표 부분을 살짝 가리켰습니다. 그랬더니 또 그걸 눈치채고는 헤헤-하고 웃으면서 쳐다보더군요.
으아, 귀여워! >_<

그리고 끝내려고 하길래 재빨리 붙잡았습니다.

"이름도 써주세요. 누나요."
"네."

결국 이름까지 받았습니다. *_*

"감사합니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태화도 저도 먼저 말을 거는 Type이 아닌지라 대화가 잘 안 이루어져서 안타까웠습니다.
뭔가 다른 Member들과는 말을 못 알아듣는다거나 하는 것 때문이라도 말을 하게 되었는데 태화는 귀마저도 좋아서.T_T
마구 예뻐라해주고 싶은데 무뚝뚝하게 지나가는 거 같아서 아쉬워요.

태화는 더웠는지 나중에 보니 상의를 하나 벗고 하얀 민소매티 차림이 되었습니다.
선그라스 때문에 옷이 걸려서, 도움을 받아 벗는 게 귀여웠습니다.
(무조건 태화는 다 귀여워요!!! 진토리니까요.)
하지만 갑자기 일어나서 둘러싸여서 옷을 벗길래 좀 놀랐습니다. 옷이 좀 더워보이긴 했지만요.

계속 어깨 아픈 것 같더니 오늘은 좀 자유로이 움직이는 듯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직은 아픈 거 참고 그러는 것 같지만, 그래도.
태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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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부로 호감도가 백배 상승한 우리의 리쓰!
또 똘망똘망 눈을 빛내면서 저를 쳐다보며 인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살갑게 웃으며 인사한 후에, 종이를 열심히 보더군요.
제가 리쓰에게 받고 싶던 말은, "같이 성장해."
요즘 부쩍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리쓰가 몸도 마음도 성장해가는 걸 보며 저도 나이는 어른이지만 그만큼 못 따라가는 것 같은 정신적 성숙을 바라며 서로 어른이 되어가자-는 의미에서 선택한 말입니다.
저보다 한참 어린 리쓰도 이렇게 자라는데 제자리걸음하는 것 같은 저 자신을 반성하는 말이기도 했구요.

그걸 읽은 리쓰의 폭탄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저랑 동갑이세요?"

으악, 리쓰야! 너 분명히 나 똑바로 봤잖아! 그런데도 그런 말이 나오니?
너무 놀래서 대놓고 놀란 티를 냈습니다.

"에!! 제가 몇살로 보이는데요? 동갑 같아요?"

라고 묻자 살짝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웃더라구요. 사실대로 이실직고 했습니다.

"저 2x살이에요."
"누나에요? 아, 죄송해요. 하하."

욘석. 나이를 듣고 예상보다 많았는지 살짝 눈이 커지더니, 죄송하다며 웃더라구요. 귀여워라.
나이가 많아서 놀랬다기 보다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아서 놀라는 듯한 눈치여서 기뻤습니다. 
나이를 그렇게 밝힐 필요는 없었던 거 같은데 너무 누나라 미안하다. T_T
그래도 끝에서 끝이지만 앞에 '2' 들어가는 건 같잖니...

또박또박 다섯글자를 적고는 내밀더라구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름도 받아야겠기에 급히 저지했습니다.

"아, 이름도 써주세요."

누나, 그것도 한참 누나라는 것을 알았기에 어떻게 쓸까- 보고 있었더니 리쓰는 "Zoe씨."
하하하. 귀여워라. 역시 영어권 리쓰는 'ZOE'라고 쓴 제 이름을 'Zoe'라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인사하며, 내미는 손을 덥썩 잡아서 악수했습니다.
어제는 거의 손을 채가듯 잡아가서 놀래키더니 오늘은 그냥 손을 (거의 제 손까지) 내밀기에 제가 잡았습니다.

리쓰는 어른이 되면 분명히 무척이나 멋져질 겁니다. *_*
요즘 성장하는 것을 보면 많이 기대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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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휘찬이.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역시나 휘찬이의 화답인사는 씩씩합니다.
휘찬이 역시 CD를 받고 종이를 열심히 읽더라구요.

제가 휘찬이에게 받을 말은, "개 안 무서워♡"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휘찬이 팬인 신비님이 문득 떠올라 아침에 전화로 자문을 구한 결과 얻은 문구였습니다.
저도 휘찬이 못지않게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선택했지요.

유심히 읽더니 소리내어 읽어주더라구요.

"개 안 무서워. 개 안 무서워?"

고개를 갸웃하는 게 자기를 놀리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반응하지- 고민하는 눈치 같더라구요.
그래서 선수를 쳐버렸습니다.

"저도 개를 되게 많이 무서워하거든요. 길에서 보면 막 도망가고."

이 한 마디를 했더니, 휘찬이 봇물이 터졌습니다.
무척 반가웠던지, 심지어 사투리 억양까지 튀어나왔어요.

"그쵸! 왜이렇게 무서울까요."
"그렇죠! 조그맣고 귀여운데도..."
"짖는 개들은 때려야돼요!

※ 증거음성 "개 안 무서워? 짖는 개들은 때려야돼요!"

으하하. 휘찬이도 정말 심하게 개를 무서워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제가 말하는 와중에 끊고 막 말하더라구요.
평소 개를 이 정도로 심하게 무서워하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이해받기 어려운지라 역시 급동맹 분위기로 대화가 이어지던 찰나, 갑자기 Staff 분이 난입하여 이름을 잘못 써주었다며 휘찬이에게 수정을 요청하였습니다.

물론 그런 점까지 챙겨주는 건 괜찮지만, 제가 휘찬이와 마주하고 있을 땐, 기다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좀 기분이 나빠지려 하는 상태에서 너그럽게 마음 먹기로 하고 무척이나 미안해하며 사과의 말을 적으며 수정하는 휘찬이를 기다렸습니다.
휘찬이 Reaction이 커서 재미있기도 했고, "죄송합니다."라고 저한테 사과까지 해줬으니까 더욱 너그러워지고 있었지요. 하하.

하지만 꽤 오래 걸려서 바로 뒤의 제 친구는 리쓰와의 대화도 끝나가고, 리쓰도 제 친구와 저를 한번씩 보며 서로 어색한 웃음만 흘렸지요.
겨우 끝낸 휘찬이가 좀 멀뚱멀뚱 하길래 바로 졸랐습니다.

"이름도 적어주세요."
"네."
"누나."
"누나요?"
"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뭔가 얘기를 더 하려고 했지만, Staff 난입 소동으로 정체가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재빨리 얘기를 끊고 인사하고 내려왔습니다. 휘찬이는 그 Fan한테 미안한지 자꾸 그쪽에 신경을 쓰고 있기도 했구요.

휘찬아, 아무리 미안해도 앞에 대하는 Fan이 있는데 그러면 안된다.
그럼 그 Fan한테도 앞의 Fan한테도 다 미안해지는 일이 되는 거야.
다음부턴 그러지 않길 바란다.

어쨌든 오늘은 문구를 굉장히 잘 선택해서 모르는 사람을 어색해하고, 소심한 저로써도 꽤 대화를 길게 할 수 있었습니다.
승재와 휘찬이는 A형, 개 무서움증으로 공감대를 형성했고, 리쓰는 문구 덕에 동갑으로 오인해줘서 대화가 있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썰미있게 두번째 보는 것임을 알아채준 지운이가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T_T
두 번 다 더운 날씨에 피곤해하며 땀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이라 좀 민망했지만서도, 세세한 부분을 놓치지 않아줘서 고마웠습니다. 어제보다 오늘은 지운이가 많이 웃기도 했고.

휘찬이는 조금 부산스럽긴 해도 나머지 넷은 정말 앞의 Fan에게 온전히 집중해줘서, 겉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고맙다고 느끼는 듯 보여서 상대로써도 굉장히 고맙습니다. 휘찬이는 어느 것에나 크게 반응하고 부산스러운, 그 밝은 기운이 매력이니까요!

1시간 반 정도의 Sign회를 마치고 마지막 인사까지 제대로 했습니다.
역시나 태화가 마이크 챙겨서 얘기도 하고, 귀엽게 Fan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선그라스도 벗어주었습니다.
사장님! 태화 선그라스 벗으면 너무 귀여워서 그러시는 거에요? 
무대 아닌데서는 좀 안 쓰면 안될까요? T_T
태화에 고무된 Fan들이 이름까지 외쳤으나 지운이는 선그라스를 벗지 않았습니다. 역시 지운이.

인사를 마치곡 아이들은 제 앞으로 슝슝- 지나갔습니다.
Fan들이 달라붙거나 따라가거나 하지 않더라구요.
게다가 얌전해서 요구사항도 적었고, 금방금방 애들 앞에서 나와줘서 Sign회 진행도 수월해서 신선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연이은 주말 새벽기상으로 무지 피곤했지만, 그래도 역시 IDOL Power UP!
특히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지운이가 알아봐줘서 기쁜 하루였습니다.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