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꼬박 한시간을 달려 도착한 광운대 문화관 대강당.
그렇게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가보았던 대학교로 대충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달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도로변에 담장도 없이 인접한 대강당이라니.

잠시 충격을 딛고, 고생고생하며 표를 받았습니다.
3시쯤 도착했는데 표를 바꾸고 나니 3시 40분.
중간에 비도 오고, 덥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고.
게다가 내일도 일본Fan들 따로 생일파티를 한단 기사에 빈정 상해있던 터라 당연히 숫자가 적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줄 서있는 옆으로 휭- 지나가는 해외 Fan들을 보자니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 상했습니다.

하지만, 표를 받고 보니!
매번 Concert 표를 예매해도 인터파크, 옥션티켓 등의 성의없는 표만 받아보다가 제대로 된 표는 이게 얼마만인지.
기대도 안했는데, 예쁘게 인쇄된 제대로 된 두꺼운 표를 M Rizing 봉투에 곱게 넣어서 (게다가 봉투에 이름까지 붙어있고) 엽서까지 챙겨주는 걸 보니 마음이 좀 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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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표를 만들고,  Poster도 만들어 붙여둔 것을 보면 뭔가 열심히 준비한 걸까- 라는 생각도.
들뜬 마음도 잠시 비는 그쳤지만, 습기찬 날씨에 잠시의 비로 앉을 곳 없이 서성거리던 저질 체력은 어느새 바닥이 나서 들어가기 전에 쓰러질 것 같아!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어찌되었든 4시 10분쯤 입장.

쓰러지기 직전이어도, 오빠를 향한 마음에 건물 외벽의 현수막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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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치 않았지만, 의외로 시원한 냉방과 드디어 자리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다는 기쁨에 냉큼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동안은 일드 한 편을 시청.

4시 50분쯤, 이민우 씨가 좋은 무대를 위해서 늦어진다는 입에 발린 안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그 뒤로도 30분은 족히 지나서야 거의 도착했다며, 15분만 기다리라는 두번째 안내 방송이 있었습니다.
약속된 시간을 40분 넘겨, 겨우 5시 40분이 되어서야 생일 파티의 막이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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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리는 1층 뒷쪽이었습니다만, 그다지 장소가 크지 않아 잘 보였습니다.
또 무대 양 옆의 Screen이 꽤 크고 잘 보였구요.
다만 음향은 전체적으로 잘 들리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아서, 좀 작고 울리는 감이 있었습니다.

늦어서 미안한지, 무대 뒤에서 I'm sorry라 말하는 목소리를 시작으로 영상을 1편 본 후, The M Style로 진짜 시작!
꽤 길었던 머리를 앞머리를 뱅스타일로 자르고, 짙은 적갈색으로 염색한 주인공 등장.

변변찮은 사과로 늦은 것에 불퉁거리던 마음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누그러졌습니다.
머리 한다고 늦었나 싶기도 하고.

요새 바가지 머리가 유행이라면서 쑥스럽게 웃던 민우.
98년도 바가지 머리를 Fan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더라며 말하는 게 좋았습니다.
T.O.P 다음에 바가지 머리를 했다고 그래서 갸웃 했지만요.
물론 T.O.P 다음에도 바가지 머리를 했지만, 그건 이미 98년도 아니고 처음엔 천일유혼으로 98년도인데.
오빠도 '3'으로 시작하다보니 살짝 기억이 헷갈리나 봅니다. 으항항.

요새 유행인 바가지 머리에, 신발 안으로 바지 넣기.
그렇지만 신발 안으로 바지 넣는 건 다리 짧아보여요, 요주의!

역시 생일 파티라서 노래 후에는 MC인 Prime을 필두로 하여, 생일 축하 사절단이 등장했습니다.
작곡가 김도현 씨, 그리고 동완 오빠얌, VJ 서지영 씨가 와주었습니다.
사실 지난 해 생일 파티 때 친구들과 함께 한 Talk가 별로 재미없었던 지라 좀 걱정했는데, 나름 괜찮았습니다.
오빠얌의 활약이 컸지요.

모여서 평범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둘리를 개사한 콩깍지 개서 버전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고.
연습 땐 다들 힘 뺄 필요없는지 개미소리만하게 부르다가 앞에 오빠가 있으니 대강당 떠나갈 듯 부르더군요.

무대 왼쪽에 미리 받아서 쌓아둔 생일 선물은 오빠얌이 제일 신나서 구경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이것저것 만져보고 재미있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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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인 의자에 앉아보고 있는 민우.
그리고 왼쪽에서 정신없이 선물을 하나하나 탐구하는 오빠얌.

민우가 말한대로 선물 풀어보는 걸 무척이나 즐거워했습니다.
사실 민우가 받은 선물인데 작은 것 하나하나도 다 풀어보고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즐거워해서 그 모습을 보는 게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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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진행과는 상관없이 선물에 집중하는 모습까지.
모기장을 발견하고는 무대 중앙으로 가져와서 결국 설치해봅니다.

그에 응해서 설치한 모기장엔 민우가 들어가서 누웠습니다.
Fan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어찌 알고는 오빠얌도 같이 들어가긴 했는데....
좀 좁았는데 결국은 동인남 오빠얌은 완전히 누운 민우를 반쯤 누운 자세로 키스신 연출. ~_~
그래놓고 둘이 그 좁안 모기장 안에 앉아있는데 미니미들 같았습니다.

체격이 비슷해서 전 우동이 나란히 서 있는 게 너무 좋아요. >_<

선물 개봉 뒤에는 의자에 앉아서 사랑고백게임(?)을 했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건데 요즘 유행하는 건가 봅니다. 다들 알고 있었어요.

Rule은 간단해서 옆사람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먼저 웃는 사람이 지는 것.
원래 동완-도현-민우-지영-Prime이었으나 Fan들의 끊이지 않는 아우성을 도현씨가 용케 알아듣고 오빠얌과 자리를 바꾸었습니다. 물론 저도 기왕이면 神話끼리 붙어 앉는 게 좋지만, 너무 그러니까 좀 미묘하더라구요.
그게 순수하게 Member들끼리 있는 게 좋아요-의 의미만도 아닌 것을 알텐데...

어쨌든 목적은 '민우 벌칙 주기'였으므로 누가 걸리든 벌칙은 같이 받게 되었지요.
이럴 땐 좋다고 모인 Fan들이 더 무서운 법, 봐달라고 하는데 가차없이 이름을 외쳐 벌칙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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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이 붙어 앉았기 때문에 민우에서 동완, 동완에서 민우의 고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민우가 네가 낯설지 않아-라며 동완이 겨드랑이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해서 결국 벌칙을 받게 된 오빠얌은 30초 무반주 댄스를 췄습니다.
Fan들마저 쉿- 하고서는 오빠얌의 Perfect Man 안무를 구경했지요.
주인공은 민우는 그저 벌칙을 받아야했는데, 정말 모두 조용히 보려 했으나... 1초만에 대강당은 함성으로 가득 차버렸습니다.
민우가 So Hot을 췄거든요.

끝난 후에도 자신은 더 쪼개서 춘다며 V-line 춤을 매우 빠르게 다시 추는 민우 덕에 다시 함성.
음향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함성이 커지면 좀 괴로웠습니다.
함성밖에 안 들렸거든요. T_T

도현 씨 대신 쓰디쓴 고삼차도 한 잔 마시고.
He Gas도 마시고 둘리도 불러주고.

중간에 시간 관계상인지 Staff가 급히 달려나와서 MC에게 귓속말을 하자 Talk는 급 중단되었습니다.
오빠얌의 '남자의 사랑'을 끝으로 1부는 종료.

그리고 곧바로 동료들의 생일 축하 Message 영상으로 2부 시작.
솔비가 나오자 Fan들의 원성이 섞인 함성으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신화 Member들 각자의 Message.

진이, Andy, 혜성이의 Message는 평범하고 성실했습니다.
오빠얌은 나름 착실했습니다만, 마지막에 아, 존대말하면 안되지-라며 반말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
내용도 바뀌어서 이제 30이라 깔끔해야 한다며 수염 좀 잘 깎고 다니자며 마무리했습니다. 오빠얌 만세! >_<
그리고 최고는 역시 민우가 그렇게 찾던 최강칠우, Eric!!!
선물로 줄 건 없다며, ...칠우표 말부르기 휘파람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더니 설마 했는데 그걸 하나, 둘 하면서 단계별로 알려주는 겁니다. T_T

결국 재등장한 민우는 진행하려는 Prime 옆에서 휘파람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민우의 휘파람 -> Fan들의 함성 -> Prime 말 끊김'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야 겨우 진행이 이어졌습니다.
장난꾸러기 민우도 민우지만, Fan들도 그 휘파람을 객석에서 중간중간 불어서 진행을 끊는 장난을 같이 쳤더랬습니다. 하하.
오늘 계속 힘든 진행 하신 Prime 씨에게 심심찮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나름대로 큰 박스티와 청바지로 의상을 갈아입고 온 민우는 귀여웠습니다.
Prime도 그다지 큰 키가 아니라서 옆에서 민우가 되게 아이돌스러웠습니다.
반짝반짝 이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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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 카드들을 몇 개 뽑아서 읽고, 그 중 두 개를 추첨하여 M Bear를 선물로 주고.
이때 살짝 민우가 실수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Fan letter를 모아두었으면 좋았겠다-는 말을 해버려서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모아둘리 없겠지-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스스로 버렸다고 인정하는 말을 듣기는 싫으니까요.
Prime도 살짝 당황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끝.
공식 지정 Ending Song, Last, First Kiss를 같이 부르며 안녕.

1시간 반도 채 되지 않아 좀 짧다 싶었는데, 바로 녹음실에서 찍은 것 같은 영상을 틀어주더군요.
고맙다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민우의 영상.

조금 길었던 영상이 끝나자 다시 상의를 갈아입고 나온 민우의 무대, Play my song.
무대가 끝나고도 서로 아쉬워 말을 나누고, 밤새자며 뗑깡을 부리던 Fan들을 달래던 민우.
노련하게 자신이 시키면 따라하는 Fan들을 이용해, 안녕~을 말하게 하곤 양손 인사로 안녕.

Ending 영상까지 보고서는 1시간 40여분의 생일 파티 장소를 나왔습니다.

오늘의 생일 파티 솔직히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눈앞에 민우가 있을 때야 이쁘다, 좋다- 그랬지만, 씁쓸한 면도 많았습니다.
일본 Fan들은 내일도 생일 파티를 따로 하는데도 굳이 장소를 급하게 바꾸면서까지 좌석을 따로 마련해 둔 것.
40분씩이나 늦었는데 정식으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은 것.
일단 두 가지는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지만, 오랫기간 많은 사랑이 당연해진 듯한 모습이라서 속상했습니다.
선물도 감사한 마음이라기보다는 순서니까 봐줘야지-하는 느낌으로 뒤적이는 것 같았고.
작은 것이라도 풀어보고 기뻐하던 오빠얌이 그래서 더 감사했습니다.

Fan들을 고맙게 생각하는 건 좋은데, 그게 제대로 전달되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고맙고 고마운 Fan들이긴 하지만, 본인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니까 좀 늦어도 괜찮고, 내가 어떻게 해도 좋아해준다고 믿고.
그렇게는 안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줄 정리하자면, 투정같지만 해외Fan들 너무 챙기지마! 지각하지마! 정도 되겠습니다.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