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김태관 씨(Battle, 만 20세)는 Cyworld Minihompy에 일기를 썼다.
주요 부분만 발췌하자면, 아래와 같다.



"아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난 사람빼고 동물을 다 무서워한다....ㅠㅠㅠㅠ
근데 얘 너무 귀엽다!!
(중략)
그럴 땐 다시 무서워진다...
(중략)
동물 근처엔 가까이도 가지 않았기 때문에...
(중략)
부탁 하나만 하자
커서 이빨나도 물지마라
형 진짜 싫다 ㅠㅠㅠ
형은 너 싫어하기 싫단다 "



하하하하.
태관아!
100% 공감!

태관이가 개 무서워하는 건 알았지만 그냥 개만 무서워하겠거니- 싶었다.
주변에 그런 사람 많으니까.

그런데 '사람빼고 동물을 다 무서워'하다니!
나도 개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늘상 하는 말이 동물 중에 사람만 안 무서워- 였는데 똑같은 사람 처음 봤다.
개를 무서워하거나,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하는 사람은 주변에 종종 있었다.
나만큼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나도 정말 주변에서 곧잘 보는 개도, 고양이도, 새도, 곤충도 살아있는 건 죄다 무서워!!!!다.
사람은 그래도 괜찮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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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언제나 이런 상태.
별로 무서움이 많은 성격은 아닌데 길가다 닭둘기가 가까이 있으면 흠칫, 고양이가 있으면 흠칫.
특히 개는 있으면 길을 돌아간다.
(물론 뛰면 개는 쫓아올 위험이 있어 애써 태연한 척, 뛰어 도망가진 않는다!)

분명히 무섭지만 이거 덩치가 크고 작고의 문제보다는 그냥 살아있는 뭔가에 대한 공포다.
나한테 해코지를 해서도 아니고 존재 자체가 무서운 거.
특히 개가 무서운 거는 사교성이 좋기 때문에.
폴짝폴짝 뛰면서 친한 척 하는 개들은 정말 무섭다. T_T

주변에서는 '안 물어', '쟤는 너한테 관심없어'라고 구박하지만 그냥 존재 자체가 무서운 걸.T_T

가까이 안오면 그래도 경계만 하고 견딜 수 있는데 폴짝 거리는 개들은 정말 공포, 그 자체.
분명히 귀여운 느낌이 있어도 무섭다. T_T
휘찬이 말마따나 가까이 오면 때려주게 될 것만 같은 기분. (....무서워서 못때리지만)

예전 M! Pick 때 휘찬이처럼 살면서 개를 만진 건 딱 1번.
그것도 휘찬이처럼 다른 사람이 개를 잡고 있고 수도 없이 "괜찮아?" 확인해가면서 손만 내밀어서 만지고 제풀에 놀라 재빨리 손을 떼버렸다.
당연한 거지만 살아있는 거니까 몰캉몰캉하고 따뜻하고 움직였다.
그게 또 깜짝 놀라서 손을 떼고.

그 아이도 작은 아이였다.
하얗고 작고 귀여운 강아지.
애기였는데, 방 안에서는 그렇게 처음으로 강아지도 만지고 뽈뽈뽈 돌아다녀도 마냥 귀여워서 처음엔 좀 무서웠는데 괜찮아졌다.
이쁘고 귀엽고 열심히 혼자 돌아다니고 옆에 와도 괜찮았었다. 분명히. 방 안에서는...

그런데. T_T
그 아이를 마당에 풀어놓는 순간, 넓은 공간에서 짖으면서 반갑다고 저쪽에서 나한테 달려오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농담 아니라 진짜로 내 앞까지 온 순간 눈앞이 하얘지면서 아무것도 안보였다.
잠깐 기억이 없는 그 순간이 지나고 다음에 기억나는 건 제딴엔 반가워서 왔다가 그냥 뒤돌아서 다시 뛰어가는 뒷모습.

우와, 그 이후로 동물과 가까웠던 적은 없다.
분명히 귀여운데, 왜 무서울까.

이 알 수 없는 공포.
휘찬아, 구찌랑 친해져도 끝까지 무서울걸? 으항항

그래도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게 반갑다.
이 기분 아는 사람이 한 명은 있구나.
아, 다행이다.

나만 이상한 사람 아니었어.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