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처절할 수는 없다.’

FA컵 2연패를 노리는 대전 시티즌이 연일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대전은 8일 열린 FA컵 8강전에서 처절한(?) 악조건을 딛고 정규리그 준우승팀 울산을 3-1로 물리치는 투혼을 발휘했다.
더욱이 이날 승리는 이태호 감독부터 주요 선수 대부분이 부상을 극복하고 일궈낸 값진 것이어서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감독은 11월부터 신경성 목디스크로 줄곧 고생해왔다.
통원 치료를 받았지만 최근 상황이 더욱 악화돼 이달 초부터는 왼팔이 결리는 합병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때문인지 이날 이감독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하고 핼쑥했다.

대전의 간판 스타인 김은중과 이관우는 독감으로 이날 경기가 열리기 3일 전에야 팀 훈련에 합류했다.
이들은 11월 말 AFC 챔피언스리그 모훈바간(인도)과의 경기를 위해 인도로 이동하다 감기에 걸려 이후 10여일 넘게 시름시름 앓아야 했다.
11월29일 귀국하자마자 병원에 입원했을 정도. 이 때문에 지난 한국철도와의 16강전에서도 잠깐씩 교체 출전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꼴찌 투혼’은 최악의 상황에서 더욱 빛났다.
목에 두꺼운 목도리를 한 이감독은 경기 내내 벤치에서 일어서서 목이 터져라 선수들을 독려했다.

‘감기환자’ 이관우는 절묘한 코너킥으로 김성근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추가골까지 뽑아냈으며 김은중 역시 쐐기골을 터뜨리며 ‘반란의 깃발’를 높이 쳐들었다.

이날 승리는 대전에 큰 의미가 있었다.
정규리그에서 단 1승을 기록했던 대전은 이날 정규리그 후반기에 파죽지세를 달렸던 울산을 잡아 프로팀간 18경기 무승의 고리를 끊은 동시에 FA컵에서만 2승을 기록하는 남다른(?) 기쁨을 누렸다.

대전 선수단은 환호성이 더욱 처절하게 들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해=서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