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를 못 잡겠어요.”

2003년 새해를 한 달여 남겨두고 프로축구연맹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같으면 이미 다음 시즌 일정표를 확정짓고 여유롭게 새해 살림을 구상해야 할 때인데 아직까지 경기일정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다.

연맹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주범(?)은 다름 아닌 대구시민프로축구단과 상무. 대구는 이미 자체적으로 선수선발 테스트를 마치고 시민공모주를 모집 하는 등 내년 시즌 참가를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팀창단 승인신청서조차 연맹에 접수시키지 못하고 있는 처지다.
게다가 팀명칭에 대한 서포터스의 반발과 저조한 공모주 실적 등으로 ‘창단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의 내년 시즌 정규리그 참가를 고려했던 프로연맹도 일정잡기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대구뿐 아니다.
월드컵 이후 광주시를 연고로 일찌감치 ‘상무 불사조 축구단’으로의 프로전환을 노리며 내년 시즌 K리그에 참가하려던 상무 역시 광주시와의 업무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재정문제로 팀해체 위기에까지 몰린 대전 시티즌도 ‘복병’으로 남아 있어 연맹이 내년 시즌 일정을 잡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

결국 연맹은 내년 시즌 참가팀을 최소 10개에서 최대 12개까지 고려해 3가지 시나리오를 짜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간단치 않다.

팀이 늘어나면서 현재의 3라운드 일정으로는 경기를 소화하기 힘들어 4라운드로 늘려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라운드가 늘어나면 일정상 어쩔 수 없이 정규시즌에 앞서 열리는 컵대회를 포기해야 하며 이럴 경우 컵대회에 따른 스폰서 비용을 포기해야 하는 금전적인 부담도 따른다.
결국 컵대회 스폰서비용을 벌지 못한 만큼 정규리그 스폰서 비용에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물주’를 잡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연맹은 ‘이제나저제나’ 대구와 상무의 내년 K리그 참가확정 통지를 해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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