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축구는 볼거리가 너무 많다.
TV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를 뺨칠 정도다.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희귀한 장면들이 거의 매 경기 속출하기 때문이다.

안양의 외국인용병 안드레는 25일 전남전에서 볼이 아닌 상대팀 김남일의 얼굴을 헤딩(?)해 김남일을 그라운드에 나뒹굴게 했다.
24일 수원-울산전에서 볼이 골라인을 통과했다는 심판판정에 대해 울산 선수들은 웃통을 벗은 채 거칠게 항의해 관중은 그라운드에서 ‘반누드쇼’를 즐길 수 있었다.

준엄해야 할 감독들도 코미디와 같은 쇼를 연출하는 데 한몫을 했다.
이태호 대전 감독은 지난 18일 성남전에서 심판판정에 항의해 물병을 멋지게(?) 차낸 다음 선수들을 데리고 라커룸으로 들어가 관중과 숨바꼭질을 했다.
이회택 전남 감독은 주심의 핸들링반칙 선언에 양복 웃옷을 벗어던지면서 주심에게 달려가 한바탕 ‘활극’을 연출했다.
이어 “∼놈,×놈’ 하는 이감독의 이성을 잃은 대사들은 드라마처럼 TV 시청자들의 귀에 흘러들어갔다.

심판들도 이에 질세라 ‘포청천 시트콤’을 찍었다.

안양-전남전에서 전남의 핸들링 순간을 보지 못했던 김선진 주심은 안양 선수들이 항의를 하자 경기장 전광판에서 반복되는 리플레이 장면을 본 뒤 마음을 바꿔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마치 자신의 판정을 좀 봐달라는 듯이 경기를 중단시킨 채 양팀 감독과 선수들을 쫓아다니며 설득작전을 펴는 심판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선수와 감독,심판이 한여름밤의 희극을 연출하면서 남은 것은 폭소로 넘쳐 나는 스탠드가 아닌,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관중이 퇴장해버린 썰렁한 관중석이었다.

2002년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전 프로축구인들은 수천명에 불과했던 관중석을 바라보면서 팬들을 탓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프로축구를 해치는 주범들이 누구인지가 드러나고 있다.
모처럼 만원관중에 ‘CU@K리그’의 터질 듯한 열기가 발산되고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할 선수와 감독,심판 중 일부가 찬물을 끼얹으며 관중을 내쫓고 있다.

‘판정항의→흥미감소→관중감소’는 이미 98년 월드컵 직후 경험했던 악순환의 고리다.

결국 잦은 판정항의는 관중의 감소와 전체적인 프로축구 시장의 슬럼화로 이어져 그 피해는 축구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어렵사리 프로축구가 활성화된 마당에 성실한 선수와 감독,심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 축구인들은 그라운드에서 퇴출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