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동안 29인치 TV브라운관을 통해 이영표와 박지성이 축구 종주국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했다. 경기는 잘 하는데… 내가 직접 가서 보는 그 프로리그와는 분명 차이가 있어 적잖이 허전했다.

포근했던 봄 날씨가 K-리그를 고대하던 팬들이 하나 둘 씩 웃음을 머금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시샘을 했는지 K-리그 개막일에 맞춰 차가운 바람을 안고 다가왔다. 나빴다.

대전에서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고향 후배는 “경기장 와라 입장권은 내가 쏜다-_-!”는 나의 문자메시지에 “내가 밥 살게 형, 무조건 가야지 ㅋㅋㅋ” 이라는 답장을 남겼건만, 경기 시작하기 약 1시간 전에 나에게 전화를 걸고, “형, 나 감기기운이...” 에잇. 나쁜 녀석! 감기 탓이겠지만, 그래도 통화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리 심한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 때문에 나오기가 꺼려졌나 보다.

날씨도 나쁘고 후배 녀석에 대한 서운함도 밀려온다. 경기장을 찾았으면 7000원으로 가격을 내려 판매한 지난 시즌 사인볼 하나라도 사줄 작정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K-리그가 개막되는 판에. 대전과 성남의 K-리그 개막전이 열리는 대전 월드컵 경기장이 눈앞에 나타나자 이 모든 서운함과 아쉬움은 날아가 버렸다.

물론, 한겨울 못지않은 추위에 안절부절 못했고, 경기장에서는 회오리 비슷한 바람이 불며 먼지와 휴지폭탄, 꽃가루를 공중에 붕붕 띄워놓긴 했으나, 그래도 지난 겨울간의 허전했던 부분을 채워 준, 그 포만감에 만족하게 됐다.



경기 전, 함께 경기장을 찾은 K-리그의 명예기자 분과 대전 경기장 북문 앞의 편의점을 찾았다. 매상이야 한때이겠으나 그래도 명색이 ‘독점업체’ 인지라 우리가 들어선 경기시작 40분 전에는 ‘출정’을 앞둔 팬들이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뤄 이 주인아저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본래는 식당을 운영하시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 편의점을 맡아 운영하시는 이 분은 ‘시티즌 팀은 대전의 상징’이라고 말씀하신다. 아니 이것은, 서형욱님의 ‘유럽 축구기행’ 책에서나 볼 수 있을 법 한 멘트! 역시 대전의 축구 열기는 대단하다.

미디어 출입증을 발급받고, 나는 다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입장권을 끊었다. ‘아니, 미디어카드도 있는데 왜!’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대전시티즌의 주식을 산 ‘주주 회원’은 이날 경기에 무료입장을 할 수 있는 혜택을 줬기 때문이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일반 관중이었을 때의 감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기대감은 ‘경품’에 대한 기대감!

이날 대전 구단은 협찬 받은 상품을 200여명의 팬들에게 추첨을 통해 나누어줬다. 대형 냉장고와 세탁기, 그리고 가장 눈길이 갔던 상품은 미건 의료기에서 협찬했다는 승용차 두 대다.

물론 넓지 않은 원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신분의 아르바이트 기자이기에 이 상품들을 타더라도 우리 집에 들여놓는다던지, 승용차의 경우 내가 운전하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된다. 다들 유지비가 장난이 아닌 상품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기대하는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찾은 모든 경기장에서 경품 당첨의 행운은 나에게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품은커녕 경기 전 선수들이 던져주는 사인볼마저도…….

하지만, “팔면 되지 않나!!”하는 생각에 이 경품들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접어 둘 수는 것.(결국은 아무것도 당첨되지 않았다만.)



경기장 밖은 굉장히 분주했다. 사물놀이 패의 공연과 후원사에서 마련한 행사, 그리고 “DAEJEON CITIZEN”이라고 조각된 대형 얼음 조각 앞에서 사진을 찍는 팬들의 모습에 ‘개막전’의 풍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경기장 입장관중들에게는 지역 협찬사에서 초고추장을 한 통식 선물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꽤 많은 관중이 들어서 있었다. 1만6500여명의 관중, 한창때의 관중만큼은 아니었으나, 날씨에 비해서는 꽤 많은 입장객 수였다.

수원과 서울의 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3만4000에 육박하는 구름관중이, 부산에도 2만8000여 관중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지난주 수요일 AFC 챔피언스리그 취재차 찾았던 전북과 감바 오사카와의 경기에서의 본 텅 빈 관중석이 오버랩 된다.

물론 리그가 시작되면 더 나아지겠지만 그 날의 관중은 대회의 의미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였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기록은 없었지만 구단 관계자분의 말씀에 의하면 2700여 명이라고 한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는 약 1500명 정도 생각을 했는데…….

여기에 “평소보다 많은 현수막을 걸어놓고, 지금까지 해오지 않던 홍보 도우미도 섭외해서 홍보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털어놓은 전북 구단 관계자분의 말을 떠올려보면 더욱 아쉽다. 리그가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더욱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다시 대전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날 대전 경기장에는 무려 3개의 방송사가 각각 중계를 위해 자리를 잡았다. KBS와 MBC, SBS라면 좋았겠지만, 이건 좀 낭비겠다. 하하. 이날 중계는 대전 MBC와 MBC ESPN, 그리고 TJB대전방송 이렇게 세 곳이었다.

물론 공중파 3사는 아니었으나 대전MBC에서는 최종덕 서산시민구단 감독을, MBC ESPN은 프리미어리그 중계진에 이상윤 코치(차범근 축구교실)까지 해설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수준 있는 중계를 위해 힘 쓴 노력이 보였다.

이곳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뵙게 된 최종덕 감독님은 “야 이거 너무 춥다”며 대전MBC 중계석에 놓였던 따뜻한 캔 커피를 쥐어주셨다. 최 감독님의 자상함은 여전하시다. 너무 오랜만에 뵙게 되어 중계 종료 후(대전MBC는 정규방송관계로 경기종료 10분여를 남긴 상태에서 중계를 마쳤다.) 적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K2리그 개막을 한 달 가량 남은 상태에서 서산 시민구단은 구단주 교체와 선수 확충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고, 선수도 전체 30명 중 17명이 새로 들어온 선수 혹은 고교 출신 연습생으로 선발하여 부담이 되었던 선수 인건비 문제와, 전력 보강 측면에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인 듯하다. 부디 올 시즌 K2리그에서 멋진 경기를 통해 팬들의 사랑을 한 아름 받는 서산 시민구단이 되었으면 한다.

드디어 킥오프! 시작과 동시에 경기장은 대전 특유의 휴지폭탄 테러(?!)로 장관을 이루었고, 여기에 대전 서포터에서도 SK연고이전에 대한 반대 시위의 일환으로 경기장에 붙여진 광고 중 SK가스의 엠블럼에 붉은색의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렸다.



경기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양측 서포터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N석 1층의 절반 이상을 채운 대전의 서포터와 이보다는 크게 부족한 인원이지만 원정경기를 찾아온 성남 서포터의 목소리에는 오랜 시간 참아왔던 응원에 대한 갈망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경기 내용은 양 팀 모두 썩 나쁘지 않았다. 절반가량이 바뀐 선수로 짧은 기간 동안 팀 전술을 맞춰온 대전은 전반 초반 다소 흔들리긴 했으나 이내 평정을 찾았고, 성남 역시 국가 대표급 4백라인을 바탕으로 ‘짠물 수비’를 보여줬다.

결국 후반 28분 터진 성남 김두현의 골로 성남이 1-0 승리. 첫 승을 챙겼다. 경기 종료 후 경기에서는 패했으나, 첫 홈경기를 가진 최윤겸 감독의 플래시 인터뷰를 마친 후 경기 상보를 작성, 짐을 챙겨 더 늦기 전에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추운 날씨 속에 두 시간여를 벌벌 떨며 축구를 보다가 따뜻한 온풍기가 틀어진 버스에 오르니 몸이 확 풀리며 온몸이 욱신거렸다. 또 잠이 밀려왔다. 마치 신나게 여행을 하고난 뒤 느끼는 피곤함이다. 이내 자리에서 골아 떨어져 서울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깼다.

집에 돌아와 대전에서 사온 지난 시즌 유니폼과 사인볼을 정리해놓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니 어느덧 박지성이 출전하는 프리미어리그의 중계시간. 웨인 루니의 신바람 나는 두 골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지칠 줄 모르는 공격력에 푹 빠져 두 시간을 보냈다.

분명 경기 자체는 맨체스터와 뉴캐슬이 맞붙은 프리미어리그가 훨씬 빠르고 재미있을 터. 하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은 여전했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는 힘들다만, 어쨌든 국내리그의 시작은 최소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만큼은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일이었다. 분명 너무나도 즐거운 시작!



플라마 김형준 기자 (http://column.eflamma.com) / 고뉴스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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