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광양구장.
전남전을 끝낸 박주영(FC 서울)은 골을 넣지 못했는데도 싱글벙글했다.

“경기요? 너무 재밌잖아요. 무엇보다 은중이형이 득점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FC 서울 관계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주영이의 2골보다 은중이의 1골이 더 좋다”고 했다.

인기스타 박주영의 득점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것 같던 FC 서울 구단이나 자신의 득점에 온신경을 써야 할 박주영의 이런 반응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박주영 없는 FC 서울은 속빈 강정’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터에, 기존의 스트라이커 김은중이 화려한 득점포와 함께 2도움을 기록했으니 더이상 좋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도 팀의 연패를 끊는 3-1의 기분좋은 승리.

이런 걸 이른바 ‘영양가 만점포’라고 하나. 서울에 김은중의 ‘원맨쇼’와 2연패 뒤 거둔 1승은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기록상은 똑같은 1골, 1승이지만 최근 팀 상황을 감안하면 말그대로 영양가 만점이었다.

김은중의 골은 올시즌 12경기 만에 나온 첫골. 예전 같으면 박주영의 골이 더 반가웠을지 모르지만 이날만큼은 김은중의 골이 더더욱 귀했다. 이유는 박주영이 이날 경기를 끝으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 팀을 이끌면서 관중을 흡입할 마땅한 선수가 없기 때문.

그간 박주영 덕분에 구름관중을 동원해 짭짤한 수익을 맛본 구단으로서는 박주영 대안 찾기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적절한 대타를 찾지 못했다. 때마침 김은중이 오랜만에 승리를 책임졌으니 서울의 인기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히든카드를 발견한 셈이다.

이날 1승도 너무 귀했다. 서울이 이날마저 패할 경우 정규리그 3연패로 꼴찌 추락은 불보듯 뻔했다. 서울처럼 로컬리즘으로 관중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걸출한 ‘전국구 스타’와 함께 좋은 팀 성적뿐. 이날 승리는 박주영의 ‘난자리’를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다는 어렴풋한 희망을 발견한 승리였던 셈이다.

김세훈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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