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특별시의 팬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겨야만 합니다."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원정팀 감독실에서 만난 대전 시티즌 최윤겸(43) 감독의 얼굴을 어두웠다.

완전한 시민구단으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대전은 최근 대주주인 계룡건설이 지분을 무상 양도하겠다며 구단 운영 포기 의사를 밝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시는 계룡건설이 포기한 지분 60%를 시민주 공모로 돌려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하는 복안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장 급한 것은 구단 운영비.

한때 연간 50억원에 달했던 계룡건설의 운영비 지원이 5억∼10억원 규모로 줄어들고 시 차원에서도 운영비 지원을 검토했으나 시 의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속된 말로 '돈 나올 구멍'이 없는 상태다.

최 감독은 "2003년 주중 최다관중 기록을 경신하며 열풍이 몰아쳤을 때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면 조금 나았을 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대전지역에는 굵직한 기업이 적어 지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답답해 했다.

96년 10월 창단한 대전은 리그에서는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2001년 FA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200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했다.
그해 각종 매체들이 선정한 '올해의 인기구단' 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올해 컵대회에서 10위에 그쳤던 대전은 정규리그에서 4경기 연속 무패(1승3무)를 이어가며 중간순위 5위로 선전하고 있다.

29일 FC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도 공오균, 이관우, 최윤열과 골키퍼 최은성 등 고참들이 분전하며 2-0으로 리드해 대어를 낚을 뻔 했지만 역공에 휘말려 아쉽게 2-2로 비겼다.

최 감독은 "팀이 어려울수록 성적표가 말을 해준다. 성적이 좋지 않고 매일 지는 팀이면 누가 거들떠나 보겠느냐. 그래서 우리로서는 매 경기 이겨야 하는 절박한 심정이 다른 팀과 다르다"고 말했다.

팀의 최고 스타였던 김은중(26)을 FC서울에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최 감독은 간판 플레이메이커 이관우(27) 만큼은 절대 내줄 수 없다면서 그 대신 성적으로 투자가들을 끌어들이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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