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혁은 끼가 많은 이다. 카메라 앞에 서면 그는 어떻게 진화할 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쉽사리 주눅 들지 않고, 뭐든 두려워 함이 없으며, 그의 눈빛은 항상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만나는 지혁은 일상에서 만나는 그의 모습과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뭔가 해 볼만 할 때 더욱 에너지를 발하는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승부사라 할 수 있겠다. 지혁은 <타짜>의 조승우로 변신해 카메라 앞에서 포토그래퍼를 도발할 지도 모르겠다.

JI HY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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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승부사 지혁
<타짜>의 조승우, 시니컬의 진수를 보이다





처음 초신성의 지혁을 만났던 날을 기억한다. 큰 키와 이상적인 이목구비가 눈에 듸던 그 사람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멤버들과 함께 테이블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아마 에디터의 질문에 쑥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지. 예상과 달리 그의 말투는 조금 어눌한 듯 싶기도 했고, 조금은 까탈스러울 것 같다는 짐작과 달리 아주 친절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과연 이 사람이 무대 위에서 파워풀하게 움직이던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하지만 에디터의 이러한 의문은 곧이어 시작된 촬영을 지켜보면서 풀리게 되었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에 맞춰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는가 하면, 그의 눈빛은 감정의 표출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사람은 실전에 강했다. 그 동안의 워밍 업 과정이 미약했다 할지라도 미리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는 실전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 듯 보엿으니 말이다.

★ 전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거죠
지혁은 <타짜>의 고니, 즉 조승우가 연기했던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재현하게 되었따. 에디터는 추호의 걱정이나 우려도 하지 않겠다고 그에게 미리 선언했다. 실전에 강한 그는 어떤 면에서 고니와 닮아 있었으며, 셔터가 눌러진 때마다 당신의 눈빛은 더더욱 빛날 테니 그냥 지켜보겠노라고 이야기했다. 예의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이런 모습 때문에 주위에서는 그를 밝고 활달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실제로도 주위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과 비슷해요. 전 항상 긍정적으로 살고 있거든요. 심심해서 쳐져 있는 것 못 봐줘요. 제가 저번에 얘기 했었죠?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책 <연금술사>에 나오는 구절에 대해서요. '네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네 편이 되어준다.'라는. 원하지 않고 우울한 분위기로 있으면 결코 얻고 싶은 걸 얻을 수 없어요.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준다고 믿어요, 전." 그렇담 당신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해 결국 무엇을 이루고 싶은 거죠? 당신의 꿈이 뭔가요. "꿈, 저는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특별히 선호하는 장르는 없어요. 코믹, 멜로, 액션 그 어떤 것도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아, 그런데 왜 가수를 하고 있냐구요? 가수도 연기자와 같은 맥락을 가져요. 어떤 의미에서 가수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거든요. 배우는 대본을 보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 보죠. 섬세한 내면까지 보여주면서요. 가수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최대한 잘 표현해야 하는 역할을 해요.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노래를 하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가에 따라 관객들은 열광을 하기도 하고,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해요. 저는 지금 무대 위에서 일종의 연기를 하고 있는 셈이죠."

★ 포기하는 순간 새로운 기회가 왔죠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 고니는 수 차례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죠. 그럼에도 기지를 발휘하거나 혹은 운이 좋아 번번히 고비를 넘겨요. 당신 인생에는 어떤 고비들이 있었을까요? "글쎄요, 위기의 순간이랄 것까지는 아직 없었던 거 같아요. 좀 힘든 시기는 있었어요. 전 예고를 다녔었거든요. 연극 영화 전공이었어요. 그런데 집안 사정상 그 학교 다니는 것을 포기해야 했엇죠. 어린 나이에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그 학교를 다니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그만 둘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학교를 포기하는 것은 저에겐 꿈이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은 의미였었죠. 그런데 기회는 그렇게 찾아오기도 하나 봐요. 예기치 못하게 말이에요. 학교를 옮기자마자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버스에서 캐스팅이 되었거든요. 참 알 수 없죠? 다 길이 있나 봐요. 제가 포기를 하는 그 순간 제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거 보면요." ★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생에 운명은 정해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이랄 것까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만 제가 가야 할 길들이 혹은 가고 싶었던 방향으로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운명도 있을 것이고, 또 전 운도 좋은 편이랄 수 있어요. 이렇게 초신성 멤버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도 운이 좋아서였거든요. 사실 운으로 여기까지 왔어요(웃음)." 그런데 행운의 여신은 뒷 대머리라 하지 않던가. 이는 기회가 온 순간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그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까지 겸손하지 않아도 좋다.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당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고 말았을 테니 말이다.

★ 전 여기에 제 인생을 걸었죠 <타짜>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도박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발현한다. 그렇다면 지혁이 가진 욕망은 무엇인가. "전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는 거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연 무대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저에겐 가장 큰 관심사죠. 아직까지 특별히 보여준 게 없죠. 하지만 이게 다라고는 생각 안해요. 더 나은 모습으로 더 멋진 무대를 만들기 위해 제 안에 있는 능력을 더 끌어낼 수 있도록 해야겠죠. 기존의 무대보다 더 멋진 무대, 더 큰 호응. 이런 걸 꿈꾸죠." 그렇다. 지혁은 항상 무대 위의 자신의 모습을 갈망하고 있다. 아직 못 다 보여준 제 안의 것들을 쏟아낼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금의 지혁은 결국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 정리는 에디터의 몫이니 당신은 생각나는 대로 아주 솔직 담백하게 마음껏 이야기해도 좋다. 꾸미거나 정리하지 않은 오로지 머리 속에서 채 말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그 이야기를 해달라. "모든 것은 아직 준비 중이에요. 창창한 미래를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있죠. 지금 저에게 주어진 것들에 충실한 게 먼저죠. 그리고 나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이 움직일 때 흔들리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지혁은 당신 인생의 무엇에 도박을 걸 것인지 말이다. 예상하는 것마다 빗나가게 만들었던 그가 이번만큼은 에디터의 예상을 비껴가지 않고 대답을 한다. "전 지금 여기에 제 인생의 도박, 다시 말해 제 꿈을 걸겠어요. 제가 원했떤 것이도 또 절 행복하게 만드는 거니까요."

사실 초신성과의 스케줄을 잡았던 날, 지혁은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 후속곡 활동을 마무리하고 긴장이라도 풀려서일까? 생기 있던 그의 표정에는 조금 지친 기색이 돌기 시작했으며, 얼굴은 상기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말을 건네면 반드시 미소부터 짓고 대답을 하는 그의 버릇은 여전했다. 에디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인터뷰이를 바라보았다. 촬영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고 새벽까지 계속 되었다. 지혁의 몸 상태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안 좋아져감이 눈에 띄게 보였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타짜>의 고니로 분하자, 곧 그의 눈빛은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런 지혁의 모습은 타짜의 승부사로 거듭나 포토그래퍼를 도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