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그라운드에 대전발 ‘축구 태풍’이 불고 있다.
지난 시즌 단 1승을 올리며 꼴찌를 차지했던 대전시티즌이 연승 행진으로 ‘돌풍’을 일으키자 다른 팀 관계자들은 아연 긴장하 면서도 내심 ‘그러다 말겠지…’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대전의 시즌 초반 돌풍을 여러번 경험했기 때문.

대전의 돌풍은 매번 ‘태풍’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곧바로 소멸하곤 했다.
시즌 초반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결의로 나섰다가 전력(?)을 다 쏟아 버리고는 ‘배터리 아웃’상태가 된 이후부터는 ‘동네북’ 이 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프로축구계에서는 대전의 시즌 초반 돌풍을 ‘연례행사’정도로 여겨 왔을 정도.

그러나 올시즌은 다른 것 같다.
이미 돌풍이 수그러질 때가 지났는데도 대전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대전은 지난 4일 대전월 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의 경기를 2-0으로 승리, 7경기 연속 무패행진(5승2무)을 이어가며 5승째를 올렸다.
시즌 8경기 에서 5승2무1패, 승점 17로 시즌 개막후 무패행진으로 선두를 굳 게 지키고 있는 성남일화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대전 돌풍이 위력을 더해가며 태풍으로 발전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올해 대전팀을 이끌고 있는 최윤겸 감독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선수와 지도자로 17년간 몸담아 온 부천SK로부터 버림(?) 받은 후 대전 사령탑에 오른 최감독은 패배 의식에 젖어 있는 선 수단을 일신하고 선수들에게는 동기를 부여해 전혀 다른 팀을 만 들었다.
전술은 물론 전략적인 면에서도 최 감독은 탁월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감독은 지난 안양 경기에서 과감히 1.5군을 기용, 무승 부를 이끌어낸 뒤 4일 수원경기에서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 1군 멤버를 가동, 수원을 잡은 것.
최감독이 수원전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
대전은 그동안 수원과의 경기에서 전패했었다.
최감독은 우선적으로 어느 팀과 맞붙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면서, 우선적으로 팀에 전패를 안겨줬던 수원을 타깃으로 잡았던 것.
선수들이 ‘이제는 진짜 뭔가 한번 해보자’는 의지도 전력화됐다.

여기에 김은중, 이관우 등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도 전력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코엘류 감독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이들은 ‘사기 충천’해 대전 태풍의 선봉에 섰다.
특히 김은중은 4일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해결사 급구에 나선 코엘 류 감독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무명 선수들의 분발도 대전발 태풍에 영향권을 넓히고 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이적한 ‘흙속의 진주’ 김종현은 벌써 4골을 기록하며 오랜 무명의 설움을 털고 새로운 스타로 탄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한밭벌에 불붙은 축구 열풍이다.
성적이 좋은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말 축구단이 해체될 위기에 빠진 가운데 일기 시작한 ‘대전시티즌 살리기 운동’은 대전시를 축구 도시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후 대전시가 스폰 서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시장을 비롯한 각급 기관장들이 줄지어 경기장 찾고, 시민들 역시 축구장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대전 서포터스 ‘퍼플크루’의 열성은 다른 11개 구단 서포터스를 압도할 정도.

지난 4일 경기에서는 팀 창단후 최다인 3 만4720명의 관중이 입장해 대전에 불고 있는 축구 태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박광재기자
kj59@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