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글이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개인홈에 썼던 글을 다듬어서 올립니다.
너무 '이뻐라' 일색이라 좀 민망하지만 그래도 진심.


인천까지 먼 길;을 가서 CD를 사고 애들을 기다렸습니다.
3시 시작이었는데, 4시 20분에야 애들이 도착했습니다. 지각에도 좀 예민한데다가, 추운 날, 번호가 뒤라 밖에서 부들부들 떨어서 완전 까칠해졌습니다.

신인인데, 이제야 도착해! 버럭!
내가 이렇게 먼 데까지 와서, CD도 사면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해!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줄이 줄어들면서 IDOL 울렁증이 도지기 시작하자, 까칠한 마음은 어디가고 울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장 안에 들어가서 누가 될까나-하고 기다리는 중에 뒤쪽에 서계시던 분이 지혁이 팬이라며 지혁이면 자리 바꿔달라고 부탁하셔서 흔쾌히 그러마고 했는데, 딱 제 차례에 지혁이가...
그 분은 양보하기도 전에 이미 뛰쳐나가셨습니다. :)
덕분에 좀 멍-해서 그 분 뒤를 바라보던 사이에 경호원에 이끌려서 성제 앞으로 가게 되었지요.

이때까진 아직 파악이 덜 끝나, 예의 주시 중이었지만, 현재까지로는 성제가 제일 좋아~ 였기 때문에 기뻤습니다. 성제가 확정이 아닌 보류 상태였던 건 아직 성격같은 게 잘 안 보이고, 너무 곱상해서였는데 이번 사인회로 굳히기 들어갔습니다. 하하.

기다리면서도 화면보다 잘생겨 보이는 윤학이에 놀라고 있었는데, 그 곱상하던 성제는 완전 남자!
사실 뭐 크게 다를 바야 없겠습니다만, 윤학이도 성제도 골격 구조가 아주 잘생긴 게 아니라서 TV나 사진의 2차원을 통해 보게 되면 그 단점이 부각되는 면이 있었는데, 3차원의 실물을 보니 그런 단점이 어느 정도 커버되면서, 훨씬 낫더군요.

성제는 얼굴 요만하고, 눈 무지 크고, 생각처럼 막 곱상하지도 않고 약간 이쁜 느낌이 도는 잘생긴 남자였습니다.
소년도 남자애도 아닌 남자.
어깨도 넓고 덩치가 커서 앉아있는데도 '우아, 크다~'라고 느껴졌지요.

좀 강한 인상에, 무심한 듯 해서 은근 성질있겠다- 싶었는데 제가 앞에 서자마자 방글 웃어주고, 눈 맞춰오는데 '이 녀석 프로다!'라는 생각이 물씬 들더군요.
제가 평소에 성제한테 좋아하던 점이던 강단있는 모습은 그대로에, 너무 곱상한 느낌보다 남자의 느낌이 물씬 나서 생긴 것도 점수 Up! 예의바른 모습에 성격도 점수 Up!

앞에 서자, "안녕하세요."하고 꾸벅 인사하고, 되게 친절하게 웃어주더군요.
거기에 더 얼어서 들고있던 Album을 첫 Page 그대로 털썩 내려놓았습니다. 다행히 성제 쪽으로 돌려서 내려놓긴 했는데, 내려놓고 보니 성제 Page가 아니라 좀 당황했습니다.

"아, Page 펴야죠."

하면서 허둥허둥 넘기려데 원래 좀 이런 것을 잘 못넘기는 데다가 성제 쪽을 향해 있어서 더욱 못 넘기고 달랑 한 장 넘기고 계속 헛손질을 했습니다. 속으로 '으아- 창피한데'라고 생각하면서 그러고 있으니 웃으면서 살짝 가져가서 슥슥 넘기더군요.
넘기는 걸 보다가 성제 Page가 나와서 뭐가 얘기를 해야해-라는 일념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아, 여기다 하면 되겠네요."

그랬더니 바로 그 Page를 곱게 자기 쪽으로 돌리는데 손을 보니 검은색 매직. Page는 어두운 배경;

"에, 검은색이라서..."

라고 당황했으나 암말 없이 쓱쓱 사인을 시작한 성제.

그 와중에 다른 멤버 사인을 받은 누군가가 "성제 오빠, 선물이에요~"하면서 DVD를 슥 밀어 놓고 갔습니다. 놓는 순간에는 그걸 흘깃 쳐다봤으나 앞에 제가 있기 때문인지 사인에 온전히 집중해줘서 기뻤습니다.

사인을 하는 중에 이름을 적은 번호표를 곱게 옆에 내밀어줬습니다.

"누나라고 써주세요."

라고 했으나 사인에 열중하고 있는 성제.

그러고보니 보통 사인 전에 이름 묻고 시작했던 거 같은데, 뭐야, To도 안 써주는 거야?- 라고 혼자 또 당황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인을 마치자 번호표를 가져가서 자기 앞에 정확하게 두면서 똑바로 보더니 손으로 써있는 이름을 가리키며,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춰 물어오더군요.



"이게 성함이세요?"

성함이래!!!! T_T
뭔가 어눌한 말투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들으니 그래도 남자. 조심스레 예의갖춰서 물어오는데 목소리도 좋구나. T_T

속으로 오만가지 절규가 아우성치는 와중에 전혀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네."

'성함'이라는 단어가 보통 이 또래가 이런 상황에 자주 사용하지는 않을텐데- 해서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이 좀 늦어졌는데, 대답할 때까지 눈을 맞춰오더군요.
대답을 듣자 다시 "네" 라면서 고개를 숙여 다시 슥삭슥삭.

To. Zoe 누나!

예상 외로 너무 싹싹하고 프로답고 예의바르고 잘생겨서 흐뭇하게 쓰는 것을 보고 있는데, 이름을 다 쓰더니 또박또박 날짜를 쓰고, P.S.라고 쓰고 있더군요. 사실 특별히 받고 싶은 말도 없고, 기다리는 중에 P.S. 안써준다는 말도 들려와서 그런가부다-했는데 척척 알아서 쓰는 걸 보니 뭔가 또 흐뭇.



숙인 머리통을 보면서 (이럴 때 아니면 머리꼭대기를 언제 보겠어요) 뭐라고 쓸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은근히 이런 거 성격 나오니까.

글씨를 남자애치고 또박또박 잘 써서 거꾸로인데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쓰는데, 되게 상투적이면서도 귀여워서 그냥 그대로 뒀습니다. 다른 말 덧붙이지 않고.

다 끝내자 또 눈 마주치며, 웃으면서 공손히 사인한 걸 내미는데, 받으면서 준비해 간 DVD를 내밀었습니다. 전날 밤에 정리한 MKMF 편집영상이랑 이것저것 그동안 떠 놓은 영상을 구운 DVD였는데, 사실 아는 사이도 아니고,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냥 선물 막 주는 타입도 아니라 정말 집에 굴러다니는 DVD에다 녹화한 거라 내밀면서 조금 미안하긴 했습니다. 막 기스난 Case.
그걸 두 손으로 받으면서 눈이 휘어지게 웃더군요!



으아악, 이뻐!!!!!! T_T

얘, 웃는 거 이뻐서 가끔 방송에서 볼 때마다 좋아했는데, 직접 보다니!
그냥 친절용 미소가 아닌 확- 웃는 웃음이라서 볼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해서 더 기뻤습니다.
게다가 또 공손히 인사말.

"감사합니다."
"방송 편집 영상이에요."

받은 건 또 곱게 옆에 쟁여두더군요.
행동 하나하나가 함부로 다루거나 성의없다는 느낌없이 공손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더군요. 되게 공손하고 예의바른 청년.
눈도 꼬박 마주치고 계속 웃고.

DVD를 주고 나서 "저, 악수해주세요."라고 손을 내밀었더니 또 눈 휘어트리며 웃더니 손을 내밀어 잡아주었습니다.
저도 같이 웃으면서 눈 마주치고 (잘 못하는데 그래도 왠지 용기내서) "감사합니다-"하고는 나왔습니다.



성제 손....진짜 컸습니다. 적당히 힘줘서 잡는데 역시나 제 손 다 들어가고 성제 손가락이 제 손목까지 완전히 다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딱 남자 손, 굴곡 있고, 감촉도 딱딱하고 거친, 크고 건조한 손.

얼마나 정신을 놓고 있었는지, 옆에 건일이가 있었음에도! 그 옆옆엔 성모였는데도!
분명히 사인회 전엔 건일이도 이쁘고, 윤학이도 멋지고, 성모도 머리 쓰다듬어 주고 싶고 막막 이러면서 고민했었는데!
절대 아무도 안 보이고 성제만 보고, 이쁘다이쁘다 멋지다멋지다 하다가 나와버렸습니다.

결국 가볍게 보러갔다가 홀랑 성제한테 빠져버렸습니다.
이 녀석 성격 아직 잘 몰라서 보류~였는데 바로 합격.

이렇게 예의바를 줄을 몰랐습니다.
사실 격식을 갖춘다 해도, 존대말을 한다거나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웃어주고 눈을 마주치고 세세한 행동 하나하나를 하는 것은 기본 성격에 준하는 거라 가장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렇게 느껴지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그래서 확 좋아져버렸습니다.
딱 제가 좋아하는 형태의 예의를 갖추고 있어서.



이날의 사인회는 오래 기다린 거 빼고는 꽤 흡족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런 Site가 생겼지요. :)

둘째, 많이 아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