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축구 대전시티즌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대주주 계룡건설의 구단운영포기로 창단 8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2년 12월 계룡이 구단운영을 포기하자 대전시는 2년여 동안 인수기업을 물색해 왔다. 하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시는 기로에 선 구단을 살리기 위해 지난달 28일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인수기업을 찾을 때까지의 한시적 운영체제다.

이런 가운데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KT&G의 구단인수 거부는 팬들을 실망케 했다. 충격적인 것은 KT&G가 최근 프로농구 안양 SBS를 전격 인수키로 한 것이다. 그동안 염홍철 시장 등 관계자가 시티즌 인수를 요청할 때마다 경영악화로 안 된다고 말한 것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농구단 인수비만도 전 소속 팀에 30억원을 내야 하는데 이를 감수하고 매수한 것이다.

인수대금 외에도 농구단 운영에는 연간 40억-50억원이 든다. 물론 70억-80억원이 드는 축구보다는 적다. 그러나 축구단은 입장료와 상품판매, 광고 스폰서 등 수입이 적지 않아 농구보다 상대적 우위에 있다. KT&G가 앞으로 농구단에 투자할 예산 만큼만 축구단에 투자하면 인수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를 알고도 농구단 인수를 결정한 저의는 무엇인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란 말밖에 안 나온다.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KT&G가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공기업이라는 데 있다. KT&G는 이 지역 신탄진에 40년간 똬리를 틀어온 예전의 담배인삼공사다. 향토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런 공기업이 다른 지역의 농구단을 인수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연고지를 대전으로 옮기지 않은 것은 어인 까닭인가.

우리는 몇해 전 현대걸리버스 남자농구팀을 전주에 빼앗긴 뼈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당시 현대는 자매기업인 KCC에 팀을 인계하면서 연고까지 빼앗아 갔다. 정치적인 이유로 대전연고를 빼앗겼다는 게 정설(?)이다. 참으로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천안을 연고로 한 일화 축구팀도 성남으로 이전했다. 어찌하여 충청도는 연고 프로 팀을 뺏기기만 하는가.

이미 떠나버린 님을 더 이상 원망하면 무엇하랴. 새로운 임자를 찾는 게 문제다. 그런데 그게 만만치가 않다. 스포츠 선진국처럼 팀이 흑자운영 되면 모를까 쉽지 않은 일이다. 국가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적자가 뻔한 스포츠 팀을 누가 맡으려 하겠는가. 지금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 프로축구는 물론 탁구, 핸드볼, 육상, 수영 등 대부분의 아마 팀도 대기업이 맡고 있음을 보라.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가 시티즌을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려함은 당연한 수순이다. 10개 전후의 향토기업을 참여케 하고 대전시가 일정부분 예산을 지원하는 전제하에 시민 주를 공모하는 게 바람직하다. 올 정기국회에서 스포츠산업지원법이 통과되면 시티즌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이 가능하다. 인수기업이 나오려면 적자폭을 최대한 줄이는 게 과제다.

궁극적으로는 구단운영이 흑자로 돌아서야 만 한다. 이를 위해선 선진축구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시티즌은 지난 8년간 나름대로 짭짤하게 운영해왔다. 우수선수를 적시적절하게 팔아 어려움을 풀어왔다. 김은중을 12억원에 팔았고 성한수를 8억8000만원, 서동원을 6억6000만원, 김성근을 8억에 파는 등 선수장사를 잘 해왔다.

앞으로 시티즌이 자생력을 갖는 시민구단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월드컵구장의 임대사업과 광고사업 확대 등 입장수입 외의 사업에 좀 더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과 팬들이 앞으로 얼마나 열정적으로 팀을 후원하느냐에 시티즌의 생존여부가 달려 있다. 그것은 시민 주를 많이 사고 경기장을 자주 찾는 일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권 오 덕 (주 필)

* 이 기사는 대전일보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