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팀에서 올시즌 중위권으로 부상한 대전시민 축구단 ‘대전시티즌’이 국내 프로구단 가운데 첫 흑자를 기록했다.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한 모기업이 지난해 내버리듯이 매각을 결정, 해체 위기에 내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사이 또 한번의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대전시티즌(사장 김광식·59)은 16일 “올해 구단의 수입이 68억원에 달해 운영비 58억원을 빼고도 약 10억원의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시티즌 집계에 따르면 올시즌 입장 수입은 14억7000만원으로 국내 12개 구단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여기에 광고비와 시민 및 기업체들의 성금 35억원과 상품 판매비 등을 합쳐 총 68억여원의 영업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순위를 꼴찌에서 6위로 끌어올린 선수단의 선전과 함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 철저한 홈 중심 구단 운영을 고수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홈경기 14승6무2패로 최고 승률을 기록하면서 열광한 관중들의 구장 방문이 이어져 42만명이 찾는 최고 인기 구단으로 변모했다. 평균 홈경기 관중수 1만9000명, 평일 단일 경기 최고 관중수 4만3000명 등의 각종 기록도 경신했다. 홈경기 관중수는 2000년 6349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시민 서포터스(퍼플 크루)의 열렬한 지원 활동과 시민들의 성금 모금에 이어 향토 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에 나서면서 재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구단도 선수와 프런트 인력을 33명으로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공짜표를 모두 없애는 도박을 감행했다. 대신 ‘홈 불패’의 투지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 관중에 보답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1998년 출범 후 지난해까지 16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올 초만 해도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보면 대전시티즌의 올 흑자 운영은 꿈 같은 일이다. 특히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모기업 계룡건설이 새로운 구단주 영입을 조건으로 2년간 경영권을 포기하고 대전시에 처분을 내맡긴 상태다. 안정적인 구단 운영울 위해 지금도 대주주 영입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즌의 부활을 진두지휘한 김 사장은 “월드컵의 영광을 잊지 않은 축구팬들의 열의로 회생의 가능성을 찾았다”며 “무엇보다 축구를 통해 시민들이 하나가 되고 지역 사랑의 계기가 됐다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올해는 시민들의 도움으로 흑자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자립기반을 마련하느냐 여부를 가름하는 새로운 도전의 무대가 될 것”이라며 “경기력 향상과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 시민구단으로서 홀로서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대전=임정재기자/jjim61@segye.com

* 이 기사는 세계일보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