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재현이냐, 신화의 탄생이냐.’

지난 2001년 FA컵의 최대화두는 단연 ‘꼴찌신화’였다.
그해 K리그에서 단 1승만 거두며 꼴찌에 몰린 대전 시티즌은 FA컵에서 안양과 전북을 차례로 깨뜨리고 결승에 올라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포항과의 결승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FA컵 우승을 차지, ‘꼴찌신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런 비슷한 장면이 이번 FA컵에서 벌어지고 있다.
올시즌 꼴찌 부천 SK는 FA컵을 앞두고 팀매각 결정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회를 맞은 데다 23일 갑작스럽게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하는 어리둥절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이런 게 보약이 됐을까. 부천은 FA컵 32강전에서 서산시민축구단을 2-0으로 꺾은 뒤 24일 ‘K2리그 원년 통합챔피언’ 고양 국민은행을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치며 8강에 올라 ‘꼴찌신화’ 창조의 기반을 반듯하게 닦았다.

이런 기구한 역사를 가진 두 팀이 ‘꼴찌신화’의 재현과 탄생을 놓고 26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지는 2003하나은행FA컵 8강전에서 맞닥뜨리게 됐다.

올시즌 두 팀의 전적은 3승1패로 대전의 우세. 하지만 역대전적에서는 12승5무11패(36득-36실)로 부천이 우세할 만큼 막상막하의 전력을 보이고 있다.

‘시리우스’ 이관우(대전)와 ‘후반전의 사나이’ 이원식(부천)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관우는 이번 FA컵에서 ‘못난이 용병’ 알리송과 찰떡궁합을 맞추며 둘이 합쳐 5골을 뽑아냈다.
그중 3골은 이관우의 몫. 둘의 콤비는 16강전에서 K리그 우승팀 성남을 5-1로 대파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부천에는 이원식이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원식은 올시즌 10골2도움을 기록하며 팀내 최다득점자에 등극했다.
부천이 이번 FA컵에서 8강에 오를 수 있던 원동력 역시 이원식이었다.
이원식은 32강전에서 FA컵 첫 골맛을 본 뒤 16강전에서 후반 30분 동점골과 함께 연장전반 2분 극적인 결승골 도움을 기록하며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올시즌 K리그에 불었던 ‘꼴찌돌풍’을 FA컵에서 이어 나가겠다는 대전, 팀매각과 함께 새로운 감독을 맞이하는 등 변혁기에 놓인 부천 중 누가 웃을지 궁금하다.

/이영호 horn@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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