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야 하나,울어야 하나.’

실업최강 미포조선의 조동현 감독이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시즌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많은 제자들이 속속 프로팀으로 옮겨 전력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업에서 뛰던 선수들이 프로팀에 스카우트돼 가는 일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감독도 그만큼 좋은 재목을 뽑아 잘 가르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 손발을 맞춰온 이들이 시즌 직전 갑자기 빠져나가니 조감독은 당장 죽을 맛이다.

먼저 98년 창단 때부터 고락을 함께하며 미포조선을 실업최강으로 이끈 이영익 코치가 대전 시티즌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재치 있는 미드필더 주승진(28)도 이코치와 함께 대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주승진은 조감독이 평소 아끼던 제자로 줄곧 “언제든 프로무대에 가도 충분히 통할 선수”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왔다.
하지만 막상 떠나게 되자 빈자리가 더 크게만 보인다.

지난해 프로팀들이 외면한 뒤 조감독이 직접 뽑은 고봉현(24) 구대령(24)도 최근 새로 창단된 대구 FC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11일 제주도 캠프에 합류했다.

프로팀으로부터 아무도 부름을 받지 못할 때 조감독이 손수 챙긴 이들은 1년간 실업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뒤 이번에 뒤늦게 프로에 합격했다.

뿐만 아니다.
상무에 입대한 미드필더 장상원(25)은 4월 제대 후 울산 현대로 옮길 예정이다.
물론 가르침을 잘 따라 훌륭한 선수로 인정받는 것은 지도자로서도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고교나 대학 졸업 후 곧장 프로에 직행하는 분위기에서 실업팀에서 몇 년 뛰다가 프로에 가는 일은 극히 드문 성공케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조감독은 코앞으로 닥친 시즌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특히 주승진 고봉현 구대령은 모두 겨우내 손발을 맞춰 올해 붙박이 주전으로 뛸 선수들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스카우트시즌도 다 끝나 새로 선수를 뽑기도 힘든 때다.

“더 좋은 곳으로 간다는데 붙잡을 수도 없고….”
제자들을 떠나보내는 조동현 감독의 마음 한쪽에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있다.

/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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