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는 그가 가진 여리고 순수한 미소만으로도 로맨틱 가이가 될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네 남녀의 만남과 사랑이 보는 내내 설렘을 경험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성모가 재현한 주드 로의 모습은 더없이 따뜻했고 사랑을 주제로 그와 나눈 대화들은 묘하게도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사랑에 대한 순수성을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이 사람은 특별했다.

SUNG MO,

EVERYONE SAYS I LOVE YOU


따뜻한 미소가 아름다운 성모
<로맨틱 홀리데이>의 주드 로를 만나다





성모가 꿈꾸는 낭만은 이런 거다. 밤에 차를 몰고 나갔는데 소담스런 시골길에 우연히 들어서는 것.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 흘러 나오고, 밤 하늘은 점점 더 짙은 빛을 띠어가는 풍경을 연출한다. 밤 바람 냄새가 괜히 멜랑꼴리한 기분을 만들고, 막연하게 행복하다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성모의 눈빛은 이미 꿈꾸는 듯 빛나 에디터로 하여금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었다. 그런 순수한 감성 때문에라도 성모, 그는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완벽한 인터뷰 대상이었다. 그냥 낭만이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느낌처럼 말랑거리고 간지러운 그런 일들.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는 이런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기분 좋은 마법을 부리고 있었나보다.

★ 난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그와 사랑에 대해 논해야 했다. 성모가 보여줄 <로맨틱 홀리데이>는 시종일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 각기 다른 네 남녀가 만들어가는 형태가 다른 두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그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먼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주드 로'의 모습을 성모 식으로 해석하는 일이 가능할 테니 말이다. ★ "전 사랑은 다른 조건들에 좌지우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돈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사로집하지 않는 거죠. 그 두 사람이 사랑해서 서로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여겨요." 그렇다면 과연 그에게는 사랑에 관한 어떤 특별한 하루가 존재할까? "고3 제 생일이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는 무심하게 전화 한 통도 없는 거예요. 그날은 마침 휴일이어서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그 친구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밤이 되자 솔직히 화도 나고 서운하기도 하고, 심지어 서글퍼지기까지 하더라고요. 결국 나중에는 전화기를 꺼버렸어요. 아, 맞다.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를 하나 남겼어요. 실망이라고 말이죠. 하하. 그런데 조금 후에 여자 친구가 집 앞으로 찾아 왔죠. 숨을 헐떡거리면서요. 그리고는 울더라고요.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리고 깜짝 놀라게 만들고 싶어서 준비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요. 그래서 연락을 안 했던 건데 오해한 거라면서 우는 거예요. 그 때 미안한 마음은 설명을 할 수가 없어요. 성급했던 제 자신이 어찌나 한심하게 느껴지던지요. 저희 집은 정류장에서 꽤 먼 거리에 있었어요. 나중에 들은 얘긴데 여자 친구가 그 거리를 십 분만에 뛰어 왔대요. 저를 데리고 여자 친구가 간 곳은 어느 카페였어요.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죠. 한쪽 벽이 온통 포스트잇으로 가득 차 있는. 그리고 포스트잇마다 정성스레 편지를 써 놓았더라구요. 그걸 보는데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중에 한 장 한 장 다 떼어 와서 지금까지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 아, 그때 그 친구가 직접 뜬 목도리도 선물로 줬는데 그것도 아직 가지고 있네요. 아주 포근한 목도리에요. 아마 그때 사랑을 담아서 한올 한올 짜서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워하거나 증오하거나 혹은 잊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그는 순수하게 사랑을 했고, 또 그 기억마저 아름답게 간직할 만큼 사랑에 있어 아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 아주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싶어요 성모는 겨울을 좋아한다. 여름이면 실신을 할 정도로 더위를 너무 타서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겨울이 주는 로맨틱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그는 이야기한다. 추운 겨울 사랑하는 연인과 손을 꼭 잡고 길을 걷는 것이나 예쁜 조명들이 켜져 있는 거리를 입김 호호 불며 돌아다니는 것 모두가 얼마나 낭만적이냐고 말이다.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는 우연히 컴퓨터 채팅으로 알게 된 두 여자가 크리스마스 연휴 2주 동안 집을 바꿔 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출발을 한다. 일상 생활을 하던 자신의 집을 벗어나 뭔가 특별한 곳에서 다른 생활을 해보고 싶었던 그녀들의 일탈은 사랑과 행복이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가져다 주게 된다. 그렇다면 성모는 집에 관해 어떤 특별한 일을 벌여보고 싶은지 묻겠다. "전 여자친구가 있다면 이런 걸 준비해보고 싶었어요. 작고 허름한 집을 하나 장만해 온갖 가구며 소품들까지 제 손으로 하나하나 채워 넣는 거죠. 평소 그녀가 좋아하던 색으로 칠을 하고, 눈 여겨 보았던 폭신한 소파를 들여놓겠죠? 그리고 그녀를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법을 익혀 직접 식탁을 차려 줄래요. 혹시 심심해할지도 모르니까 미리 만화책이며 DVD 등을 잔뜩 빌려다 놓을 거예요. 그리고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겠어요. 시간이 오래 흐른 후에도 그 공간과 시간이 아주 특별하게 기억되도록 말이에요."

★ 이 영화를 특별하고 아름답게 여겨요 그의 기억에 아주 인상 깊게 자리한 로맨틱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이프 온리>라는 영화. 성모가 이 영화를 특별하고 아름답게 기억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화에서 주인공 남자는 자신의 여자 친구가 곧 죽게 될 거란 사실을 알아요. 하지만 미래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말해 줄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 둘이 꼬옥 껴안고 있다가, 남자가 여자에게 묻죠. 만약에 갑작스럽게 내일 죽음을 맞이한다면 당신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 말예요. 여자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얼굴로 '당신'이라고 대답을 하죠. 그러자 그 남잔 또 물어요. 그럼 자신과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을 것 같냐고 말이에요. 여자는 대답하죠. 이렇게 당신과 아무 말 없이 꼭 안고 있으면 좋겠따고.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함께하고 싶다는 여자의 마음과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한 채 꼭 안아줄 수밖에 없는 그 남자의 안타까움, 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결국 영화를 보다가 그 장면에서 울고 말았어요. 하얗게 눈이 덮인 산장에서 벽난로의 불빛이 따뜻하게 흔들리는 그런 곳이었죠." 그가 차분한 음성으로 진지하게 들려 주는 영화의 스토리는 성모로 인해 그렇게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었다. ★ 이제 곧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을 연출하게 될 성모에게 묻겠다. 과연 당신은 당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 말이다. "글쎄요. 아직은 인생의 주인공이다 싶은 느낌이 없어요. 제가 목표로 하고 있는 일들 근처에도 못 갔거든요. 하지만 점점 다가가고 있으니까 곧 주인공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제가 사는 모든 하루하루가 특별해요. 그리고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죠. 그건 일 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제 모습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어요."

★ 당신 인생의 어떤 로맨틱 홀리데이 자,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랑에 대해 논하던 당신에게 물으련다. 당신 인생에 어떤 로맨틱 홀리데이를 꿈꾸는 지 말이다. 화려해도 좋고 소박해도 좋다. 아무 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무엇을 택하던 당신은 그 안에 진심을 담을 사람이니 말이다. "먼저 아침부터 만나기로 약속을 할 거예요. 두 다 편한 복장으로 만나 숍들을 둘러보겠죠. 그리고는 특별한 그 날 입을 옷이며 액세서리들을 하나하나 살래요. 서로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골라주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꾸며보는 거죠. 매일 있는 일이 아니고 정말 특별한 하루니까 이 정도의 사치는 괜찮아요. 그리고 우리의 스케줄은 해가 질 무렵 시작되는 거예요. 근사한 곳에서 저녁을 먹는 것으로 출발하겠네요. 평소에 떡볶이며 김밥 등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러는 것도 좋겠죠? 아마 저녁을 먹는 곳에서 멋진 야경이 보여도 좋을 것 같아요. 서로 눈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 너무 행복할 거예요. 그리고 밤이 되면 남산에 가서 천천히 산책을 하고, 또 N타워에 올라 하늘을 보는 것도 좋겠어요. 계획은 거창할 지 몰라도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면 무얼 하든 행복하고 즐겁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죠."

따뜻한 미소를 지닌 이십 대 초반의 성모는 사랑과 낭만을 예찬한다. 또한 그가 내뱉는 말에는 진심이란 놈이 아주 농밀하게 녹아 있어 어떤 말을 하더라도 허투루 들리지 않게 만들었다. 사실 이렇게 간지러운 말을 하는 남자는 딱 두 부류로 나뉜다. 진정으로 사랑을 아는 사람이거나 종잡을 수 없는 바람둥이이거나. 하지만 마주 않아 그 동안의 사랑을, 그리고 그가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철학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는 전자임이 분명했다. 또 언젠가 사랑을 주제로 하여 대화를 나눌 기회가 온다면 그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할지 사뭇 궁금해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