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눈빛에 아주 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때론 사랑스러운 눈빛이었다가도 언뜻 이유 모를 슬픔을 담아 내기도 했다. 그 눈빛 때문에 영화 <새드무비>를 표현할 사람으로 성제를 택했다. 사랑과 이별, 그 반복적이고 복잡한 감정들을 소화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의 예상대로 어떠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새드무비스러운 감성을 표현해냈다. 그 사람이 눈물을 흘렸을 때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를 이렇게 슬픈 감정으로 몰아넣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SUNG JE,

SHED TEARS


성제, 그 남자의 눈물
<새드무비>의 정우성, 그 안의 사랑과 이별



성제에 대한 처음의 감상을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아름다웠다. 사실 그 아름다운 이모 때문에 어떠면 많은 것들이 가려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몇 번의 대화를 나누고, 몇 번의 눈빛을 교환하는 동안 에디터의 우려는 주제넘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순수하고 곧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결코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내면의 빛이 가려질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고, 그를 지켜보고자 생각했다.

★ 네 가지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네 가지 이별의 형태
"사람들은 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요. 착해 보인다거나 차가워 보인다거나 혹은 슬퍼 보인다고요. 또 예쁘게 생겼다는 말도 종종 들어요. 하지만 이런 말들은 모두 제 겉모습만 보고 내린 판단들이에요. 사실은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모르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전 착할 때는 정말 착하게 굴어요. 하지만 또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냉정한 사람이 되기도 하죠. 가끔은 감정 기복이 심하기도 해요. 우울할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고 그렇죠." 또 한번 에디터의 선택이 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촬영을 하게 될 사람은 감정이 풍부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영하 <새드무비>를 보았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네 가지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네 가지 이별의 형태. 그들은 모두 사랑을 하고 모두 이별을 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죽음으로 잃게 되는 이도 있었으며 싸늘하게 이별을 통보 받는 이도 있었다. 아픈 엄마를 보내야 하는 어린 아들의 눈물도 있었고, 사랑 앞에서의 망설임으로 흔들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인 만큼 먼저 그와 사랑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들어야겠다. "사랑은 아마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것 같아요. 가족간의 사랑이거나 친구간의 사랑이거나 그리고 연인간의 사랑이라거나 그 대상도 수없이 많겠죠.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기본은 대가 없이 다 줄 수 있는 거예요. 뭔가를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니죠." 과연 당신은 그런 사랑을 해 보았는가. 아무런 조건도 없이 모든 걸 다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 말이다. "네. 저는 그런 사랑 해봤어요. 뭐든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 그런 사랑이요. 지금 그때의 사랑과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려 봐도 전혀 후회 없어요. 오히려 더 많이 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할 뿐이에요." 순간 이 사람이 부러웠다. 그리고 자꾸 재보고, 따져 보고, 더 많이 받고 싶어하기만 하던 에디터의 사랑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 그와 사랑을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성제와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련다. 이렇듯 조건 없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통해 가슴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경험을 해보고 싶으니 말이다. 우선은 가장 먼저 사랑을 베풀어 주는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하여 묻는다. 어머니는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며 또 어떤 사랑을 받았는가 말이다. "어렸을 적 저에게 어머니는 참 무서운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커가면서 알았어요. 어머니도 한 사람의 여자고, 또 여린 사람이란 걸 말이에요.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배려와 존중으로 절 대해주셨어요. 참 따뜻하신 분이셔서 제가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죠. 어렸을 때는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크고 나서는 오히려 사랑한다는 표현을 더 잘하게 되었어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표현할 수 있기 된 걸요." 이어 그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첫사랑은 성제가 고 2때 찾아왔단다. "마냥 좋았어요. 처음 사귄 여자 친구였어요. 제가 그 아이를 너무 좋아해서 많이 쫓아다녔거든요. 눈에 띄게 예쁜 아이는 아니었는데, 활기차고 밝은 모습이 너무 좋았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곤 했어요. 그 아이의 친구가 저를 좋아했었던 까닭에 한 번 거절을 당했었지만, 결국은 만났죠. 집 근처 공원을 산택하기도 하고, 사소한 일들로도 서로 웃었던 기억이 나요. 벌써 5년 전이네요. 입시 준비로 서로 바빠 소홀했던 것을 이유로 헤어졌지만요. 저에겐 여전히 소중한 첫사랑의 기억이죠." 그는 이제 또 다른 사랑을 꿈꾼다. 서로 아낌 없이 주고 받는 사랑을 하고 싶단다. 사랑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고 든든한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다 한다. 성제라면 아마 그런 좋은 사랑을 하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안에 공존하는 다양한 감정과의 조우 오늘 그가 촬영할 장면에서 그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원래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그의 말에 안도를 하며, 가장 최근 울었던 날이 언제였는지 물었다. "이틀 전에요. 저희 후속곡이었던 '안녕'의 마지막 방송 무대가 있었거든요. 노래를 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먹거렸죠. 섭섭한 마음도 있었고, 멤버들과의 추억도 뒤엉켜서 복잡한 마음이 됐었나 봐요. 그날 따라 저희 무대를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을 보는데, 감정이 북받쳐 올랐죠. 섭삽한 마음과 감동이 뒤섞였던 그런 날이었어요." 감수성 풍부하고 눈물도 흘릴 줄 아는 그는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면 어김 없이 그의 마음 속으로 행복의 감정들이 찾아 든다. "멤버들은 지금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이제 제겐 또 하나의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건일이와는 룸메이트기 때문에 잠들기 전에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죠. 그들이 있는 저희 집은 기댈 수 있는 아주 아늑한 공간으로 여겨져요." 그래서 성제는 멤버들과 있을 때면 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무표정할 때보다 웃고 있을 때가 훨씬 많다. 그리고 그는 즐거울 때 웃고 떠든단다. 그렇다면 결론은 그들과 ㅎ마께 있을 때 즐겁다 라는 것. 물론 그에게도 슬픔의 감정이 찾아들 때가 있다. 문득 혼자 같다고 느껴질 때이다.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요. 전 외로움도 많이 타는 편이죠." 사람은 사실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그건 혼자든 여럿이 함께 있듯 그 수와 관계 없이 찾아와 사람을 괴롭힌다. 하지만 성제 당신의 곁엔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조금쯤 외로운 기분이 밀려 든다면 당신의 눈물을 보고 함께 울어줄 사람과 당신의 눈물을 닦아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기를.

★ 에디터의 예측 지난 번에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형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다. 성제가 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 사람, 그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사람인 그의 형. "전 어쩌면 형 때문에 음악을 시작한 것일 수도 있어요. 형의 못다 이른 꿈에 대한 책임감이 일정 부분 존재해요, 저에겐. 식상한 말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제가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달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나 제 자신에게도요. 전 음악으로 슬픔이나 기쁨 등의 모든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아마도 그가 하는 음악들은 그의 다양한 감정들을 닮아가게 되지 않을까 라는 예상을 해 본다. 촬영에서 보여준 몰입의 정도와 집중이 그의 또 하나의 가능성을 설명해주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의 내면에 숨겨진 다양한 모습의 자아가 어떻게 발현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예측 해볼 뿐이다. 에디터의 예측대로라면 그는 날이 갈수록 더 풍부한 감성을 가슴에 품게 될 것이며 해가 거듭할수록 단단하게 여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만큼 또 다양해지게 될 것이다.

여기 다양한 눈빛을 가진 성제가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에게 촬영 콘셉트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리고 당신의 눈물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사전에 말하지 않은 것이었기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지도 모르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준비해간 안약을 슬그머니 내 놓았다. 필요하다면 이걸 사용해도 좋아요 라면서. 하지만 그는 안약 없이 그냥 해보겠다고 한다. 어떤 감정이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왜 눈물이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공감했다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앉았고 그는 잠시 감정을 잡는가 싶더니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는 굵은 눈물 한 방울을 뚝 떨어뜨렸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