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은 예의 바른 이다. 눈빛의 강렬함 따위가 무색할 정도다. 조금은 서늘한 눈빛을 지닌 이 남자는 사실 다정다감하고, 예절을 지키는 박카스 청년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오늘 그가 보여줄 모습은 영화 <예의 없는 것들>의 킬러 신하균이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주인공은 세상의 예의 없는 것들만 죽이겠다는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있는 전문 킬러다. 킬러와 예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단어의 만남은 아주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YUN HAK,

A COURTEOUS MAN


윤학, 예의 바름의 미학
<예의 없는 것들>의 신하균을 닮았다



윤학과의 첫 만남에서 에디터는 그에게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올곧게 응시하는 눈빛을 마주하였을 때였고, 또 한 번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가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영민하기까지 한 사람임을 알았을 때였다. 그러한 기억을 떠올려 이번에 영화를 콘셉트로 하여 촬영을 진행하고자 결정을 내렸을 때, 그리고 <예의 없는 것들>이라는 영화를 선택했을 때, 에디터는 주저함 없이 윤학을 이 역할에 배정했다. 적어도 에디터가 만나 본 그는 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외적, 내적인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음이 가장 큰 이유다. 그 서늘한 눈빛과 동시에 따뜻한 감성을 지닌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일 게다.

★ 윤학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다
윤학은 설득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던 묘하게 자신의 해석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기술이 있다. 기본적으로 말을 참 잘할 줄 아는 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범생 같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같은 평가에는 아마도 그의 예의 바른 행동도 한 몫 더 했으리라 여겨진다. 요즘 사람들은 예의 바른 사람을 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도 쉽게 여기면 안 될 것이다. 그의 눈빛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화 <예의 없는 것들>을 보았는가? 주인공 킬라는 세상의 예의 없는 것들만 죽이겠다는 의미로 자신의 이름을 '에프킬라'의 킬라로 명했다. 이렇듯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주인공. 여기서 질문을 출발하겠다. 윤학 당신에게는 사람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자신만의 어떤 세계가 있는지 말이다. "사람들은 저를 보면서 이런 얘기들을 해요. 영리하다거나 모범생처럼 보인다고 말이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제가 술과 담배, 여자를 좋아할 것 같다고 오해하기도 해요. 이건 순전히 오해예요. 전 술과 담배 둘 다 안하니까요. 그리고 여자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아하는 게 아니죠. 전 사람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말을 하죠. 저희 팀의 리더지만, 제 뜻대로만 움직이려고 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의견이 다르면 따르기를 종용하기 보다 이해시키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저에게 할머니 같다는 얘기도 해요(웃음)." 사실 초신성으로 활동하기 전에 그는 한번도 맏형의 자리에 있어본 경험이 없다. 어디를 가건 항상 귀여움 받는 막내였단다. 뮤지컬 극단에서도 그랬고, 일본에서 유학을 할 때도 그랬다. 솔직히 고하면, 상처도 많이 받고 눈물도 많은 사람이란다. 하지만 팀의 맏형 역할은 그를 울지 못하게 하고, 흔들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틀 전 후속곡의 마지막 방송 무대가 있었어요. 그때 다들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을 거예요. 연습생 시절의 불안함이나 데뷔하고 나서 경험한 다양한 일들, 또 저희를 지켜봐 주시던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었겠죠. 그래서 멤버들 모두 눈물을 흘렸죠. 무대 위에서, 그리고 대기실에 돌아와서도요. 하지만 전 참았죠. 지금에 와서 하는 얘기지만, 혼자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니까요." 순간 이 얘기를 듣는 에디터는 마음 속으로 움찔했다. 그의 눈빛이 어쩌구 운운하던 애초의 마음이 미안해서였다. 이렇게 여리고 속 깊은 사람인 줄 모르고 했던 생각들 때문에 미안해졌다.



★ 저마다의 세계가 존재한다 이 사람 어쩌면 강해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많이 외로웠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없는지 궁금해졌다. "많이 느끼죠. 전 어릴 때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부모님께서 다 일을 하셨죠. 그래서 집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고양이를 친구 삼아서 말이에요. 그때 적응이 되어 그런지 일본으로 혼자 유학을 갔을 때도 외롭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주 조금 그런 기분들이 들 때가 있어요. 멤버들 다섯 명은 모두 같은 해에 태어났어요. 저만 다르죠. 왠지 모를 괴리감 같은 걸 느낄 때가 있어요. 물론 모두 함께 즐겁기는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도 사이사이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뭐, 이 정도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대신 전 저만의 세계가 있어요. 오롯이 제가 만들고 지켜나가는 그런 세계죠." 전혀 눈치 채지 못했었다. 그가 외로워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은. 대화를 하던 중간중간 유난히 혼자 감당 해야 할 그 무엇이 있음을 알아 챘고, 그래서 물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나약한 인간은 아니므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으련다. "항상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저에겐 기본이 되죠. 그리고 제겐 저만의 세계가 또 존재하니까요. 이 두 가지만 잘 인지하고 있다면 별로 문제될 건 없어요."



★ 그의 인생을 논하다 과연 <예의 없는 것들>이라는 영화를 주제로 그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야 할까 궁리를 해 본다. 그러다 유치하게 여겨질 지도 모르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생각하는 예의 없는 행동,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예의 없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고. "전 예의 없는 사람을 싫어해요. 심지어 매니저 형한테도 잔소리를 하죠. 운전을 하다가 어른들한테 행여 신경 쓰지 않으면 막 화를 내기도 하죠. 방송국을 다니다가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보면 참지 못하죠(웃음). 할아버지는 선비셨고, 전 동방예의지국의 젊은이고, 예의범절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일본에서 공부를 했죠. 그런 것들이 모두 몸으로 체득됐나 봐요." 이런 사람이 왜 가수를 하는 것일까? 물론 이와 반대 부류의 사람이 가수를 해야 한다거나 이처럼 예의 바른 사람이 가수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는 물론 아니다. "제가 여태까지 살면서 인생에 모험은 없었어요. 공부도 그랬고, 일본에 유학을 갈 때도 그랬어요. 그냥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그저 이 과정만 버티면 인생이 탄탄대로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한번쯤 인생의 모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가수 생활이 끝나면 아마 제 인생의 모험도 끝나지 싶어요. 하지만 초신성을 하는 동안은 정말 미친 듯이 할 거니까 상관 없어요." 그리고 윤학은 가수 생활을 통해 만족감을 얻고 싶다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겨우 10퍼센트 정도의 만족감을 얻었으니 앞으로 90퍼센트를 채워야 한다고 고백한다. "계속 부족함을 느끼죠. 하지만 그것들을 채워가는 맛이 있어요.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아마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반복을 하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묻겠다. 과연 어떤 인생을 폼 나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는가. "전 목표 달성을 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을 파트 별로 나누어 놓았죠. 그리고 그 파트마다 이루어야 할 목표를 정해두고 이루고 있어요. 지금 파트에서는 초신성으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죠. 물론 과정도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전 결과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하고자 했던 걸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은 중독적이죠."

★ 당신은 지금 충분히 빛나고 있다 당신이 오늘 보여주어야 할 영화의 주인공 킬라는 예의 없는 사람만을 죽인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윤학 당신은 인생에 어떤 규칙을 세웠는가? "저에겐 크게 세 가지의 규칙이 있어요. 어른들에겐 무조건 깍듯하게 대할 것,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말 것,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 전 이 세 가지를 규칙으로 삼고 지금까지 지켜왔어요." 영화에서는 또 이렇게 말하더라.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모두 다 죽는다는 거라고. 당신은 이 세상에서 공평한 것이 무어라 생각하는가?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목표를 가지고 달려갈 수 있다는 것, 노력 여햐아 따라 성공이 좌우된다는 것. 이게 정석이라고 생각해요. 공평한 거죠." 그의 대답엔 몇 가지 공통된 단어들이 등장한다. 아마도 그가 중요하게 여기고 삶의 기저에 깔아놓은 것인 몇 가지 것들일 것이다. 목표와 노력. 이것이 지금 에디터의 눈 앞에 앉아 있는 윤학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목표와 노력으로 제가 원하는 꿈을 이루어 왔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윤학은 충분히 빛나는 사람으로 보였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다.

윤학과의 인터뷰는 내내 에디터에게 예기치 못한 대답을 듣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판에 박힌 말이 아닌 진짜 윤학의 내부에 꿈틀대고 있는 것들로 말이라는 형체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아직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데뷔한 지 불과 몇 달이 지났을 뿐이지 않은가. 하지만 좀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더 많은 이들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의 무대를 기대해 주었으면 한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을 혼자 알고 있기 아까워 이렇게 주절거려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