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결승에서 만나자.”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41)과 이태호 대전 시티즌 감독(41)이 지난해에 이어 또 한번 진검 승부를 벼르고 있다.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스타 출신이면서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한 이들은 지난해 FA(축구협회)컵 결승에서 맞붙어 이태호 감독이 이끄는 대전의 1_0 승리로 막을 내린 바 있다.
이들은 올해도 나란히 FA컵 준결승까지 올라와 한 고비만 더 넘기면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지난 8일 준준결승에서 각각 이긴 뒤에도 경기가 열린 사천과 남해에서 서로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한 뒤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해보자”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물론 준결승에서 넘어야 할 성남 일화와 수원 삼성이 만만한 팀이 아니지만 지금의 상승세로 보면 충분히 할 만하다는 게 양 감독의 주장이다.
또한 이들의 처지도 꼭 우승을 해야 할 상황이다.

포항의 최순호 감독은올해 홍명보를 영입하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노렸지만 지난해(5위)보다 못한 6위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시즌 후 스스로 감독직을 내 놓을 생각까지하는 등 심각한 마음 고생을 하기도 했다.

대전의 이태호 감독은 정규리그 2년 연속 꼴찌에다 내년 팀 해체설까지흘러나오는 등 사면초가의 양상.
그러나 지난해 FA컵 우승에 이어 올해 8강전에서 강적 울산 현대를 3_1로 꺾으며 4강에 진출, 역시 감회가 새롭다.

사실 지난해 보다는 올해 FA컵이 진짜 승부다.
지난해에는 최순호 감독이외국인 선수 수급을 위해 브라질로 갔다가 결승전 때에야 귀국해 겨우 벤치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예선부터 선수들을 조련해와 상황이 다르다.

절친한 사이라도 승부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는 법.
과연 이들이 오는 15일 FA컵 결승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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