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찬바람은 어느 때보다 매섭게 파고들지만 올 시즌도 ‘FA컵 전설’을 위해 달리는 김은중(23·대전)의 열망을 식게 하지는 못했다.
극심한 재정난으로 소속팀 대전이 해체의 기로에 서 있고 개인적으로도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한 상태였지만 그의 눈빛은 올해도 번뜩이고 있다.

김은중은 8일 남해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02 하나-서울은행 FA컵 울산현대와의 8강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준결승에 올려놓았다. K-리그 막바지에 8연승의 주가를 올리던 울산이었지만 김은중 앞에서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그는 “최근 독감에 걸려 고생하고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울산을 꺾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며 다시 한번 전설을 떠올렸다.

김은중은 지난해 FA컵에 앞서 한쪽 눈이 실명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를 뿌렸다.
인간 승리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각광받았던 그는 ‘K리그 꼴찌의 반란’을 주도하며 창단 5년 만에 팀에 첫 우승컵을 안겼다. 특히 포항과의 결승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내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내면서 4경기 연속골로 득점왕 수상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프로 입문 후 최고의 해를 보냈다.

올 시즌의 행보도 지난해와 비슷하다. 대전은 내년까지 이어질 K-리그 19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불명예를 뒤로 하고 FA컵에선 프로팀을 꺾는 파란 아닌 파란을 연출하고 있다.

김은중은 “개인상보다는 일단 팀의 우승만을 생각하며 뛰겠다”며 “동료들의 기세로 볼 때 대회 2연패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승옥 기자
touc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