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이겼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동부지역 8강에 진출한 대전 시티즌의 ‘목숨 건’ 인도 원정경기가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대전구단이 경기가 펼쳐진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에 도착한 것은 지난 24일.한국에서 콜카타로 가는 직항이 없어 방콕을 경유하는 비행기편을 이용해 어렵게 당도할 수 있었다.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호텔 인근에서 작은 폭동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벌어져 호텔 부근은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덕분에 대전선수들은 신변안전을 걱정한 현지경찰의 당부에 따라 호텔 밖 출입을 삼간 채 이틀 동안을 ‘창살 없는 감옥신세’를 져야만 했다

그러나 일부 혈기왕성한 선수들이 탈옥(?)을 감행,콜카타 시내 구경에 나섰지만 이내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도시 중간을 가로질러 흐르는 갠지스강의 하류인 후글리강에서 풍겨나오는 악취와 인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 때문에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대전선수단이 머문 콜카타는 영화 ‘시티 오브 조이’의 주무대로 세계인에게 친숙해진 도시이자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활동했을 만큼 인도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문화중심지로 추앙받는 도시다.그러나 이 도시의 서쪽은 인도에서도 제일 가난하다는 ‘비하르’주가 자리잡고 있고 동쪽은 세계최대의 빈국인 방글라데시와 접하고 있어 생활환경이 많이 낙후된 곳이다.

이런 갑갑한 상황에서 서울에서부터 감기기운이 있던 이관우(24·MF)와 김은중(23·FW)마저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로누적으로 앓아 누우면서 코칭스태프는 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걱정하기에 이르렀다.다행히 상대팀인 모훈 바간측에서 팀 닥터를 보내줘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이 둘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주전 스트라이커와 미드필더의 결장,그리고 신변을 위협하는 주변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전은 26일 모훈 바간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며 AFC챔피언스리그 8강에 올라 상금 6만달러를 챙기는 쏠쏠한 재미를 맛봤다.

/이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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