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발 폭주기관차

이관우와 김은중은 대전 시티즌의 투톱. 대개 용병이 한축을 맡는 다른 팀들의 투톱에게 그들은 토종의 힘을 보여준다. 패션 센스는 결코 토종이 아니지만.

이관우 : 예전에 바레인이랑 시합할 때 기억나? 1대 0으로 지고 있을 때 내가 교체로 들어가자마자 올려준 센터링을 네가 헤딩으로 골을 넣었잖아. 너랑 같이 넣었던 골 중에 난 그게 가장 기억에 남더라. 너는 축구선수로서 가져야 할 조건을 다 갖춘 데다가 덤으로 남들에게 없는 걸 가졌지. 너처럼 아기자기한 드리블을 즐기는 스트라이커는 드물잖아. 그리고 게임이 잘 안풀리면 미드필드까지 올라와서 나를 돕지. 그래서 난 네가 좋은 선수라고 생각해. 우리가 K리그 최고의 투톱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끈끈한 정만큼은 누구도 못 따라올거야. 앞으로도 좋은 패스 많이 찔러주마.

김은중 : 형. '이혼'의 아픔은 잘 달래고 있어? 작년까지 우리가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다가 올해 갈라서야만 했잖아. 형하고 나는 공 차는 스타일이나 생각이 닮아서 플레이하기가 너무 편해. 형은 테크닉과 센스가 좋고 저돌적이기까지 한 최고의 미드필더야.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거, 그리고 정확한 슈팅력은 볼 때마다 부러워. 그동안 부상 때문에 힘들었지? 하지만 이제 더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게 될 거야. 우리가 라이벌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친형제 같은 모습에 놀라지. 형, 아무래도 우리 앞으로도 똑같은 잔소리 들을 거 같다. "너네 둘만 축구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