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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에 꽁꽁 숨겨둔 비밀일기를 들켜버렸기 때문일까? 전화선을 타고 흐
르는 김은중(22·대전)의 목소리에서는 가녀린 떨림마저 느껴졌다. 스포츠서
울 보도(11월 21일자 6면)를 통해 왼쪽 눈이 실명된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김은중은 21일 전화인터뷰에서 자물쇠처럼 굳게 채워졌던 무거운 입
을 떼며 그동안 자신이 겪은 마음고생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았다.
“홀가분하네요. 자랑할 일도 아니고 해서 ‘쉬쉬’했는데….”
새색씨처럼 수줍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문을 뗀 김은중은 “실명 사실이 알
려진 뒤 팬들의 격려전화가 얼마나 많이 걸려오는지 혼이 났다”면서 “25일
포항과의 FA컵에서 반드시 팀을 우승시켜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무쇠솥 같은 우직한 성격이라 왼쪽 눈의 실명을 한솥
밥을 먹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조차 철저히 숨겨 주위를 더욱 놀라게 했
다. ‘외눈 골잡이’의 원조 대전 이태호 감독도 김은중의 시력이 나쁘다는
것만 알았을 뿐 자신처럼 시력을 상실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에 대해 김은
중은 “모든 선수가 크고 작은 신체적인 핸디캡을 지니고 있다”면서 “실명
이 꼭 부진한 플레이의 핑곗거리로 비쳐질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북중 3학년 때 부상으로 왼쪽 눈을 다친 이후 서서히 시력이 떨어져 프로
에 입단한 지난 97년께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현재 왼쪽 눈으로는 사물의 형
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지경. 하프라인에서도 상대편 골문이 아예 보이
지 않는다. 1.5를 유지하고 있는 오른쪽 시력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김은중은 “처음에는 거리·균형감각이 흐트러져 꽤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별 문제가 없다”면서 그동안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
을 넌지시 내비쳤다.
신은 인간에게 감내할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다. 김은중은 신이 내린 역경
을 꿋꿋이 이겨낸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나고 있다. 25일 포항과의 FA컵 결승
전을 앞두고 김은중의 ‘외눈’이 영롱한 광채를 띠며 활활 타오르기를 팬들
은 기대하고 있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제공 >
르는 김은중(22·대전)의 목소리에서는 가녀린 떨림마저 느껴졌다. 스포츠서
울 보도(11월 21일자 6면)를 통해 왼쪽 눈이 실명된 사실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김은중은 21일 전화인터뷰에서 자물쇠처럼 굳게 채워졌던 무거운 입
을 떼며 그동안 자신이 겪은 마음고생을 속시원하게 털어놓았다.
“홀가분하네요. 자랑할 일도 아니고 해서 ‘쉬쉬’했는데….”
새색씨처럼 수줍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문을 뗀 김은중은 “실명 사실이 알
려진 뒤 팬들의 격려전화가 얼마나 많이 걸려오는지 혼이 났다”면서 “25일
포항과의 FA컵에서 반드시 팀을 우승시켜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무쇠솥 같은 우직한 성격이라 왼쪽 눈의 실명을 한솥
밥을 먹는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조차 철저히 숨겨 주위를 더욱 놀라게 했
다. ‘외눈 골잡이’의 원조 대전 이태호 감독도 김은중의 시력이 나쁘다는
것만 알았을 뿐 자신처럼 시력을 상실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에 대해 김은
중은 “모든 선수가 크고 작은 신체적인 핸디캡을 지니고 있다”면서 “실명
이 꼭 부진한 플레이의 핑곗거리로 비쳐질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북중 3학년 때 부상으로 왼쪽 눈을 다친 이후 서서히 시력이 떨어져 프로
에 입단한 지난 97년께는 아예 보이지 않았다. 현재 왼쪽 눈으로는 사물의 형
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지경. 하프라인에서도 상대편 골문이 아예 보이
지 않는다. 1.5를 유지하고 있는 오른쪽 시력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김은중은 “처음에는 거리·균형감각이 흐트러져 꽤 애를 먹었지만 이제는
별 문제가 없다”면서 그동안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
을 넌지시 내비쳤다.
신은 인간에게 감내할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했다. 김은중은 신이 내린 역경
을 꿋꿋이 이겨낸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나고 있다. 25일 포항과의 FA컵 결승
전을 앞두고 김은중의 ‘외눈’이 영롱한 광채를 띠며 활활 타오르기를 팬들
은 기대하고 있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