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감동적일 수 없다!’

2001서울은행 FA컵에서 소속팀 대전을 결승으로 이끈 스트라이커 김은중(
22)이 한쪽 눈을 실명한 ‘외눈 골잡이’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축구계
가 깜짝 놀라고 있다.

김은중은 현재 왼쪽 시력을 거의 잃어버려 오른쪽 눈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김은중의 아버지 김용기씨(49)가 20일 스
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전격 공개해 알려졌다. 동물적인 감각이  필수인
스트라이커가 한쪽 시력을 상실한 채 뛰고 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공교롭게도 대전 이태호 감독도 현역 시절 부상으로 오른쪽 시력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축구계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 정규시즌 꼴찌팀 대전이 2001서울은행 FA컵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결승에
진출함에 따라 ‘외눈 골잡이’라는 숙명적인 인연을 맺은 스승과  제자에
게 쏠린 관심은 대단하다.

김은중은 이 감독과 마찬가지로 불의의 부상으로 시력을 잃었다. 동북중 3
학년 때 경기 도중 눈에 볼을 맞은 뒤 서울 성심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이 점차 떨어졌다. 동북고 2학년을 중퇴한 지난 97년 대전에  입단할
당시에는 왼쪽 눈이 실명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김은중은 이 같은 사실을 철저히 숨겨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조차 그의 시
각장애를 눈치채지 못했다. 지난 98년 징병검사에서도 실명한 왼쪽 눈 때문
에 병역면제를 받았다.

청소년대표 시절 동기생인 이동국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은중
은  정작 프로무대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으로  축구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될성부른 떡잎’으로 지목됐던 김은중이 프로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자 전문가들은 “몸 싸움을 피하고 헤딩을 꺼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는데 이제서야 그 의문점이 속시원하게 풀렸다.

왼쪽 눈의 실명으로 스트라이커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는 거리감각과  균형
감각을 잃어 한동안 슬럼프에서 헤맸던 김은중은 최근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 FA컵에서 3연속경기 골세례를  퍼부으며
절정의 골 감각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감동적인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한 김은중은 오는 25
일 포항과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외눈 골잡이’의 원조 이태호 감독과
손을 맞잡으며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유인근·고진현기자
ink@sportsseoul.com


< 스포츠서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