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이 있음에….”

프로축구 만년 꼴찌 대전 시티즌이 단꿈에 젖어 있다. 대전은 1997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FA(축구협회)컵 결승에 진출, 우승을 목전에 뒀다.

이런 돌풍의 중심에는 김은중(22)이 있었다. 그는 지난 3일 강릉시청과의 16강전 첫 경기와 15일 안양 LG와의 8강전에서 내리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어 18일 지난해 우승팀 전북 현대와의 4강전에서는 동점골을 기록, 팀을 패배 일보 직전에서 구해냈다. 3경기 연속골로 절정의 골감각이다.

김은중은 프로 데뷔 첫 해이던 1997년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동북고 2년을 중퇴하고 프로에 뛰어든 김은중은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일찌감치 지목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m83, 75㎏의 당당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을 꺼리는 데다 승부근성이 부족했던 탓이다. 팀이 약체인 것도 그를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또 부상으로 최근 2년간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해 허송세월도 했다. 청소년대표 스트라이커, 1998년 프로축구 부흥의 주역 등 그를 따라다니던 수식어는 속빈 강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올 시즌 그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동계훈련 동안 웨이트를 꾸준히 한 덕에 약점인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5년차가 되면서 프로무대에 대한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지난 1월 히딩크호 1기에 선발된 이후 대표팀에 줄곧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고통은 성장의 밀알이 됐다. 이태호 감독은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를 보는 시야가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은중이 만년 꼴찌 팀에 첫 우승을 안길지 지켜볼 일이다.

이택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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