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만 커졌지 실속은 없었다.'
한일월드컵 이후 반짝 호황을 누렸던 프로축구가 올 시즌 잇단 팀 창단으로 재도약을 꿈꿨지만 그라운드 폭력, 오심 그리고 행정력 부재가 겹치면서 관중의 호응을 얻는데 실패했다.

컵대회가 폐지되고 정규리그만으로 진행된 올해 프로축구는 대구 FC와 광주상무가 창단되고 해체 위기에 놓였던 대전 시티즌이 시민구단으로 변모해 외형 면에서는 성장을 거뒀다.

하지만 한일월드컵 이후 송종국(페예노르트) 등 스타급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관중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성남이 초반부터 독주를 거듭한 끝에 조기 우승을 확정지어 관중의 맥을 빠지게 했다.

특히 프로축구연맹은 행정력 미비로 공중파 중계를 제대로 잡지 못한 데다 심판오심과 그라운드 폭력 사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프로축구의 열기를 급랭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프로축구는 월드컵 특수로 역대 2위인 265만명을 기록하며 반짝 호황을 누렸지만 올해는 240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쳐 월드컵 이전인 2001년(230만명) 수준으로 돌아갔다.
보다 심각한 것은 올해의 경우 신생팀 창단으로 지난해 179경기(컵대회 포함)에서 265경기로 크게 늘었는데 오히려 관중이 줄었다는 점이다.

구단별로 보면 대전시가 나서 홍보전을 펼친 대전은 평균 관중 1만9천명으로 최고를 기록했지만 스타플레이어의 부재에 성적마저 바닥권을 헤맨 부산 아이콘스는 2천700명에 그쳤다.

연맹측은 "지난해는 월드컵 특수였고 올해는 스타급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고 항변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오심 시비와 그라운드 폭력이 관중을 그라운드에서 내몰았다는 점이다.

8월 6일 목동에서 열린 부천과 포항전에서 오심으로 물의를 일으킨 심판이 사퇴를 했고 코칭스태프의 잇단 판정 항의로 경기가 지연되는 소동이 벌어져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 실망을 안겼다.
또 지난 9월 21일 수원에서 열린 수원과 울산전에서 선수, 관중, 코칭스태프, 심판 모두 패싸움을 벌이는 프로축구 최악의 사태가 빚어졌고 전남과 부천이 맞붙은 광양에서도 선수가 관중을 자극해 서포터스간에 패싸움이 일어나 그라운드에서 가족중심의 관람문화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더구나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서 부천이 모기업의 재정난을 호소하며 공개 매각을 선언해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프로축구에 결정타를 가했다.

하지만 프로축구의 희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 각지에 조성된 최첨단 전용구장으로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구단 프런트가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친다면 다시금 관중을 불러모을 수가 있다.
또한 내년에는 인천 구단이 창단되고 아울러 서울 연고지 구단의 창단도 적극검토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심판을 추가 투입해 심판의 공정성을 기하고 그라운드폭력에 대해 엄중 대처한다면 역대최고인 275만명이 몰렸던 99년의 전성기를 다시금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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