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축구는 삼바풍이 유례없는 강세를 보인 가운데 프로축구사의 한장을 장식하는 기록들이 쏟아져나온 한 시즌이었다.

토종 간판 김도훈(성남)은 삼바 킬러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막판까지 고군분투를 펼친 끝에 시즌 최종전에서 마그노(전북)를 추월하는 극적인 뒤집기로 득점왕에 등극해 토종의 자존심을 살렸다.
김도훈은 지난 94년 윤상철(LG)이 세운 정규리그 최다골(21골), 한 시즌 최다골(24골)을 훌쩍 넘어서 최다골 기록을 `28'로 늘리며 득점왕에 올라 프로축구사를 고쳐 썼고 지난 2년 간 용병들이 지배해온 득점 지존 타이틀도 되찾아왔다.
김도훈은 사상 두번째로 정규리그 3연패에 성공한 성남의 독주를 앞장서 이끌어올 시즌을 최고의 한해로 만들었다.

하지만 김도훈 외에 다른 국내 스트라이커는 득점순위 7, 8위에 오른 우성용(부산), 신병호(전남)와 신인왕 0순위 정조국(12골.11위)을 빼고는 사실상 전멸하다시피 해 올 시즌 그라운드는 삼바 공격수들이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토브 리그에 브라질 출신의 특급 용병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오며 시즌 전부터 삼바 돌풍이 예견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삼바풍의 강도는 가히 `A급 태풍'에 맞먹었다.

특히 윤상철의 프로축구 정규리그 최다골(21골) 기록을 김도훈보다 한발 앞서 경신했던 득점기계 마그노와 시즌 최종전에서 놀라운 추격전을 펼친 특급용병 도도(울산)는 삼바 돌풍의 주역.

마그노는 브라질 1부리그 플루미넨세의 주전 골게터로 지난 2000년 득점왕(20골)에 올랐던 명성을 유감없이 입증하며 엄청난 폭발력을 과시했다.
마그노의 찰떡궁합으로 지난 시즌 득점왕인 에드밀손(전북)은 도움 14개로 김도훈(13개)을 제치고 96년 라데의 최다 도움 기록과 타이를 이루며 도움왕에 올라 최고의 도우미로 변신했다.

마그노와 함께 시즌 내내 삼바 열풍을 이끈 도도(울산)는 최종전에서 4골을 몰아치는 집중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뒤늦게 투입된 이따마르(전남)와 나드손(수원)도 득점 4위와 8위에 그쳤지만 게임당 0.68골과 0.78골의 무서운 적중률을 보여줬다.

득점순위 10위 내에 브라질 용병이 6명으로 지난해 10명 중 3명과 비교하면 올시즌 삼바 강세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삼바 강풍은 작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남미 리그의 재정난으로 좋은 선수들이 상당수 영입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삼바 용병들이 각 팀의 스트라이커 자리를 싹쓸이하는 해가 거듭될 경우 국내 공격수들이 자칫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K리그 그라운드를 떠나는 기록의 사나이 김현석(울산)은 시즌 최종전 출장으로 통산 최다 출장기록을 371경기로 늘렸고 성남의 맏형 신태용이 370경기로 뒤를 바짝 쫓아 내년에는 기록 경신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신태용은 또 도움 7개를 추가해 사상 처음으로 60골-60도움 고지에 올랐고 샤샤(성남)는 올 시즌 8골을 추가해 100골을 돌파하면서 통산 104골로 김현석(110골)을추격했다.

성남과 울산은 지난 시즌 말부터 합해 올 시즌 초반까지 각각 9연승을 달려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부천은 작년 시즌부터 올 7월까지 22경기 연속 무승으로 지난 97년 대전 시티즌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수모를 맛봐야 했다.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한 성남은 시즌 최다승(27승), 최하위 부천은 최다패(29패)를 기록해 극명하게 명암이 엇갈렸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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