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놈 참,말이라도 예쁘게 하네.’

일본으로 건너간 ‘샤프’ 김은중(24·베갈타 센다이)이 요즘 소속 구단으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이유는 국가대표팀에 가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팀을 위해 뛰겠다는 말을 했기 때문.

김은중은 최근 구단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불가리아전(11월18일)과 동아시아대회(12월)에 대비한 대표팀 소집에 불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팀이 2부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이 아시안컵 2차예선 오만원정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어이없이 패하고 돌아온 뒤 불가리아전과 동아시아대회에는 해외파를 전원 소집, 최강의 전력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은중 역시 그 대상에 포함, 모처럼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은중이라고 태극마크에 욕심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고사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김은중은 얼마 전 “이렇게 못하는 팀은 처음이다”는 말을 내뱉아 센다이 팬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일이 있다.
김은중을 2부 추락을 막아줄 ‘수호천사’로 기대하고 있던 팬들로서는 이 한마디에 실망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낄 만한 상황. 김은중의 ‘차출 거부 선언’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불가리아전은 국제축구연맹이 정한 ‘A매치데이’라 선수 개인이나 구단이 차출을 거부할 수는 없다.
동아시아대회는 FIFA 주관 대회가 아니라 소속 구단이 우선권을 갖는다. J리그 후반기 일정은 오는 29일 끝나게 돼 있어 ‘2부 추락을 막기 위해’라는 명분이 없어진다. 따라서 김은중의 대표팀 합류는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구단 역시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말 한마디라도 팀에 대한 애정을 담아 해주는 것이 대견하다는 표정이다.
바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은’ 경우다.

/임지오 bingo@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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