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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여! 고이 잠드소서.’
1일 저녁 서울 세란병원 장례식장. 지난 8월31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정용훈(24·수원)의 영정 앞에 대여섯 명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나란히 서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이들은 K리그 스타플레이어인 이동국(광주) 김은중(센다이) 박동혁(전북) 등으로 청소년대표 시절 정용훈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며 축구공으로 미래를 꿈꿨던 친구였다.
정용훈은 98년 태국에서 벌어진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출전,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유망주였다.
당시 대신고 재학 중이던 정용훈은 이동국(당시 포철공고) 김은중(당시 동북고) 등과 함께 ‘고교 3인방’으로 불리며 청소년대표에 발탁돼 함께 땀을 흘리며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이들은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계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고 경조사를 챙겼던 사이였다.
그러던 이들이 ‘친구의 죽음’이란 청천벽력 앞에 눈물을 흩뿌리며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주 J리그에 진출했던 김은중은 뜻밖의 비보에 서둘러 귀국했고, 왼발 피로골절이 심해져 깁스를 한 이동국(광주)은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전날 경기가 있었던 박동혁(전북)은 이날 오전 급히 상경,빈소를 지켰다.
유족들은 가족들만 참례하는 염하는 자리에 이들이 들어가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소중한 친구의 몸이 차례차례 천으로 싸여가는 것을 지켜보던 이들은 복받쳐오르는 슬픔을 참기 힘들었던지 밖으로 나와 슬픔을 달래기도 했다.
염을 끝내고 다시 친구의 영정 앞에 다가가 차례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이들은 유족들의 애절한 울음에 또다시 눈물을 뿌려야 했다.
자신의 눈으로 친구가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돌아서는 이들이었지만 여전히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임지오 bingo@sportstoday.co.kr 사진=심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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